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가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이 40% 급증해 주목받고 있는 화웨이는 올해 말까지 글로벌 시장에 연간 1만5000개의 스마트폰 매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화웨이의 폭풍성장…스마트폰 '넘버2' 넘본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수직상승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리처드 위 화웨이 컨슈머사업부 대표는 지난 26일 2분기 실적 관련 콘퍼런스콜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담당하는 컨슈머사업부의 올해 매출이 작년 대비 4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스마트폰 판매량은 작년보다 30% 증가한 1억40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화웨이는 25일 홈페이지에서 스마트폰 판매 급증 덕분에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2455억위안(약 41조752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올해 실적 목표치 달성을 위해 연말까지 전 세계에 직영 스마트폰 판매 매장을 1만5000개 신설하기로 했다. 화웨이는 세계에서 3만5000개(2015년 말 기준)의 직영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1만1000개는 중국 본토에 있으며 나머지는 아시아(6500개) 유럽(6200개) 남아메리카(1500개) 등에 퍼져 있다.

화웨이는 지난 상반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606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집계에 따르면 작년 1분기 5.4%에 그친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꾸준히 상승해 올 1분기에는 8.3%까지 높아졌다.

화웨이와 달리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26일 공개한 애플의 지난 2분기(4~6월) 아이폰 판매량은 총 404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전분기(-13%)에 이어 2분기 연속 매출이 줄었다.

◆中시장 성공스토리 해외시장서 재현

2009년 첫 스마트폰을 출시한 화웨이는 원래 통신장비 제조업체로 알려졌다. 주요 경쟁업체도 에릭슨, 알카텔루슨트 등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였다. 2014년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화웨이는 꾸준히 연구개발(R&D)과 디자인 투자를 늘리며 내실을 다졌다.

결국 지난해 샤오미에 이어 중국 스마트폰 시장 2위로 올라섰고, 올 1분기에는 점유율 15.8%로 분기 기준 2분기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작년까지 화웨이의 전략은 중국 내수시장과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올해부터 글로벌 시장과 고가 시장을 공략하는 쪽으로 전략이 바뀌었다. 화웨이의 올 상반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이유도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의 약진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상반기 화웨이는 이집트와 뉴질랜드에서 각각 20%, 1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아르헨티나 칠레 터키 등 이머징마켓 국가에서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증가했다. 위 대표는 “미국에서도 3~5년 이내에 확실한 존재감을 입증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중저가폰보다 고가폰 시장에서 약진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 GfK 집계에 따르면 올 1분기 500~600달러대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 점유율은 26%로, 300~500달러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점유율(15%)보다 월등히 높았다.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최근 실적 호조로 화웨이는 스마트폰 사업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 있다”며 “중국 내수시장에서의 성공스토리를 해외에서도 재현한다는 것이 화웨이의 목표”라고 전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