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의 사회·경제·제도적 문제를 논의하는 최대 규모 산림 국제회의인 세계산림총회(WFC)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주관으로 6년마다 열린다. 평균 세계 160개국, 1만명에 달하는 산림 전문가가 모여 ‘산림 분야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한국은 2021년 열릴 ‘제15회 세계산림총회’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탈리아, 페루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신원섭 산림청장(사진)은 최근 WFC 유치를 위해 제23차 FAO 산림위원회가 열린(18~22일) 이탈리아 로마를 다녀왔다. 그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나라가 한국의 산림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며 “이 여세를 몰아 오는 12월 FAO 이사회에서 산림총회 한국 유치를 꼭 성사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신 청장은 이번 FAO 산림위원회에서 세계 120여개국의 대표 600여명을 대상으로 세계산림총회 유치 제안서를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펼쳤다. 신 청장은 “대표들을 만날 때마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산림 복원 경험을 갖춘 국가는 한국뿐임을 강조했다”며 “지속 가능한 산림 미래를 한국에서 시작하자고 회원국을 설득해 지지를 끌어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일제 수탈과 6·25전쟁을 겪으며 산림이 황폐화됐으나 1960년대 산림법 제정 후 녹화사업에 매진해 산림률(2010년 기준)이 6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핀란드에 이어 세계 4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제안서 발표 후 중국, 일본 등 23개국의 지지를 받았지만 경쟁국인 이탈리아는 8개국 지지에 그쳐 제15회 WFC 한국 유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제15회 WFC 개최지는 오는 12월 로마에서 열리는 FAO 이사회에서 표결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신 청장은 1978년 충북대 임학과에 입학하면서 산림과 인연을 맺었다. 캐나다 뉴브런즈윅대(석사), 토론토대(박사) 등을 거쳐 1993년부터 충북대 임학과 교수를 지냈다. 대학에선 산림휴양, 산림치유 등 산림복지 연구에 힘쓰며 100여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세계산림의학회 등 국제학회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해 폭넓은 해외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신 청장은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에 따른 산사태에 국민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산사태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사방댐을 2027년까지 1만7400개로 늘리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전국 곳곳에 건설한 사방댐은 9724개다. 10년간 7700여개를 더 건설해 산사태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사방댐이 태풍 등의 영향으로 산사태 발생 시 마을로 흘러오는 토석류를 효과적으로 막아주기 때문이다. 신 청장은 “산사태가 잦은 일본도 2000년대 이후 친환경적 사방댐으로 산사태를 예방하고 있다”며 “주민 생활권 주변에 사방댐을 집중적으로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사태정보시스템을 고도화해 산사태 피해를 줄이겠다고 했다. 산림청은 2006년부터 87억원을 들여 실시간 산사태 예측정보, 산사태정보 앱(응용프로그램) 등의 산사태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산을 찾는 국민들이 날씨가 급변하면 휴대폰을 이용해 산사태 정보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신 청장은 “2022년까지 매년 18억원을 투입해 산사태를 줄일 수 있는 전국 산림지반특성지도 등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