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G20는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예정인 ‘G20 정상회의’를 앞둔 마지막 조율 무대였다. 브렉시트 이후 첫 회동이라는 점에서 특히 이목을 모았다. 유일호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참석했다. 하지만 각국의 책임을 브렉시트에 떠넘기는 듯한 레토릭만 무성했을 뿐 건설적인 논의는 실종됐다. 미국 유럽 등은 ‘빨리 탈퇴하라’며 영국을 압박하는 데 치중했고 차기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이번 회의를 주관한 중국은 특유의 안하무인격 언사만 허공에 울렸다. ‘이제 중국 혼자 글로벌 경제를 구할 수는 없다’며 다른 나라의 분발을 촉구한 대목은 실소마저 자아낸다.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보호무역주의를 잠재우기 위한 노력 역시 미미했다. 브렉시트와 때맞춰 미 대선후보로 확정된 클린턴과 트럼프가 공히 보호무역의 깃발을 높이 든 점은 우려할 대목이지만 구체적인 대안적 행동은 없었다.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 배격’을 공동성명에 담긴 했지만 실행 의지가 없이 반복되는 언어 유희에 그쳤다. 핵심 쟁점인 환율 문제에 대해서도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이 금융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되풀이해 온 원칙론이 이번에도 반복됐다.
올 들어서만 3번째 참석하는 유 부총리의 G20 기간 중 행보도 실망스럽다. 보호무역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가 한국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에도 기억할 만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주요국 경제수장과 친교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설명이지만 G20 체제를 만들어낸 당사자가 한국이라는 점은 아예 잊어버린 것 같다. AIIB 부총재 쿼터 협상도 불발했다. 국제회의장의 복도를 서성이며, 언제까지 안면만 트고 다닐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