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물병·소금 투척…6시간 버스에 갇힌 황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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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반대' 성주 갔다가 봉변
성주 주민에 포위된 황 총리…대통령 부재중 '국정 컨트롤타워' 공백
황 총리 "안전에 문제 없다" 설명에도 군민들 "물러가라"
소화기 뿌리며 가까스로 탈출…경북경찰청장 이마 찢겨
성주 주민에 포위된 황 총리…대통령 부재중 '국정 컨트롤타워' 공백
황 총리 "안전에 문제 없다" 설명에도 군민들 "물러가라"
소화기 뿌리며 가까스로 탈출…경북경찰청장 이마 찢겨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경북 성주를 방문했다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일부 군민이 황 총리에게 물병과 달걀을 던지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현장을 빠져나오는 황 총리를 막아서 7시간 넘게 대치하는 등 설명회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황 총리는 15일 성주 군부대에 도착해 사드가 배치될 지역을 둘러본 뒤 주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기 위해 성주군청으로 향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사드 배치 지역 발표 이후 성주 군민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전날 밤 방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성주군청에 모인 주민 3000여명은 황 총리 일행이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고성을 지르며 거칠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일부 주민은 청사 정문에 들어서는 황 총리를 향해 날달걀과 물병 등을 던졌다. 황 총리는 양복과 셔츠에 달걀이 묻은 상태로 “여러분에게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안보가 어렵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국가로서는 이에 대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다시 한 번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 설득을 위해 성주를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 속에서도 사드 배치로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황 총리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사드 레이더와 아주 비슷한 그린파인 레이더에 대해 전자파 강도를 검사한 결과 인체 보호 기준보다 훨씬 낮은 평가가 나왔다”며 “정부는 이 부분에 관해 정말 10번, 100번 점검하고 살펴 여러분의 안전에 위험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사드를 성주에 배치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황 총리의 이날 성주 방문은 전날 밤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총리가 직접 내려가 설득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총리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황 총리는 “정부는 농작물 안전에 이르기까지 충분하게 검토해 성주 군민들이 아무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주 주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황 총리가 정부 입장을 발표하는 순간에도 물병 세례와 욕설이 끊이지 않았다. 군민들은 “물러가라” “책임져라” “북한 핑계 대지 마라” 등 거친 발언을 계속 쏟아냈다. 일부 30~40대 군민들은 정부 관계자가 발표하는 단상 앞을 지키고 있는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조희현 경북지방경찰청장이 날아온 물체에 맞아 왼쪽 눈썹 윗부위가 5㎝가량 찢어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뒤이어 발언 기회를 얻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하자 다시 물병, 계란 등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한 주민은 트랙터를 몰고 와 주차장 출구를 봉쇄해 총리 일행의 이동을 막았다.
상황이 악화되자 황 총리 일행은 군청사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주민 수십 명도 청사 안 진입을 시도하다가 이를 막는 경호원 등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오전 11시40분께 군청사를 빠져나온 황 총리 일행이 인근에 주차된 미니버스에 올라탔지만 곧바로 주민들에게 둘러싸였다. 사태가 진정되지 않자 오후 4시 15분 쯤 주민 대표 5명은 버스 안에서 황 총리를 만나 40분간 면담도 했지만 어떤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오후 5시30분 쯤 황 총리는 버스에서 나와 별도로 마련된 승용차를 타고 떠나려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우산으로 황 총리 일행을 가리고 농성 중인 주민들을 향해 소화기를 뿌렸다. 승용차에 탄 황 총리는 인근의 공군 헬기장으로 이동하려 했지만 또다시 주민들의 저지에 막혔다가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벗어났다. 오후 6시50분 쯤 황 총리는 헬기를 타고 성주에 온지 8시간여만에 떠났다.
국무총리의 이동로를 저지하고 장시간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 것은 지나쳤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은 몽골 방문 때문에 국내에 부재중이다. 황 총리가 국정 운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외교·안보 등의 분야에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총리가 직접 ‘지하벙커’로 불리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진두지휘해야 한다.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총리가 관련 부처를 통솔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부재시에 총리가 저렇게 장시간 발이 묶여 있어서야 되겠느냐”며 “상당히 심각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김주완/성주=오경묵 기자 kjwan@hankyung.com
황 총리는 15일 성주 군부대에 도착해 사드가 배치될 지역을 둘러본 뒤 주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기 위해 성주군청으로 향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사드 배치 지역 발표 이후 성주 군민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전날 밤 방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성주군청에 모인 주민 3000여명은 황 총리 일행이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고성을 지르며 거칠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일부 주민은 청사 정문에 들어서는 황 총리를 향해 날달걀과 물병 등을 던졌다. 황 총리는 양복과 셔츠에 달걀이 묻은 상태로 “여러분에게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안보가 어렵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국가로서는 이에 대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다시 한 번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 설득을 위해 성주를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 속에서도 사드 배치로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황 총리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사드 레이더와 아주 비슷한 그린파인 레이더에 대해 전자파 강도를 검사한 결과 인체 보호 기준보다 훨씬 낮은 평가가 나왔다”며 “정부는 이 부분에 관해 정말 10번, 100번 점검하고 살펴 여러분의 안전에 위험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사드를 성주에 배치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황 총리의 이날 성주 방문은 전날 밤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총리가 직접 내려가 설득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총리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황 총리는 “정부는 농작물 안전에 이르기까지 충분하게 검토해 성주 군민들이 아무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주 주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황 총리가 정부 입장을 발표하는 순간에도 물병 세례와 욕설이 끊이지 않았다. 군민들은 “물러가라” “책임져라” “북한 핑계 대지 마라” 등 거친 발언을 계속 쏟아냈다. 일부 30~40대 군민들은 정부 관계자가 발표하는 단상 앞을 지키고 있는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조희현 경북지방경찰청장이 날아온 물체에 맞아 왼쪽 눈썹 윗부위가 5㎝가량 찢어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뒤이어 발언 기회를 얻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하자 다시 물병, 계란 등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한 주민은 트랙터를 몰고 와 주차장 출구를 봉쇄해 총리 일행의 이동을 막았다.
상황이 악화되자 황 총리 일행은 군청사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주민 수십 명도 청사 안 진입을 시도하다가 이를 막는 경호원 등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오전 11시40분께 군청사를 빠져나온 황 총리 일행이 인근에 주차된 미니버스에 올라탔지만 곧바로 주민들에게 둘러싸였다. 사태가 진정되지 않자 오후 4시 15분 쯤 주민 대표 5명은 버스 안에서 황 총리를 만나 40분간 면담도 했지만 어떤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오후 5시30분 쯤 황 총리는 버스에서 나와 별도로 마련된 승용차를 타고 떠나려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우산으로 황 총리 일행을 가리고 농성 중인 주민들을 향해 소화기를 뿌렸다. 승용차에 탄 황 총리는 인근의 공군 헬기장으로 이동하려 했지만 또다시 주민들의 저지에 막혔다가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벗어났다. 오후 6시50분 쯤 황 총리는 헬기를 타고 성주에 온지 8시간여만에 떠났다.
국무총리의 이동로를 저지하고 장시간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 것은 지나쳤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은 몽골 방문 때문에 국내에 부재중이다. 황 총리가 국정 운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외교·안보 등의 분야에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총리가 직접 ‘지하벙커’로 불리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진두지휘해야 한다.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총리가 관련 부처를 통솔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부재시에 총리가 저렇게 장시간 발이 묶여 있어서야 되겠느냐”며 “상당히 심각한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김주완/성주=오경묵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