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생 사모펀드(PEF) 숫자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PEF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된 이후 중소형 PEF가 우후죽순식으로 생기고 있어서다. 하지만 기존 펀드의 자금 회수가 난항을 겪는 등 PEF산업 위기감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말까지 신규 등록한 국내 PEF는 38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8개)은 물론 기존 최다였던 2014년 1~5월(27개)에 비해서도 30% 이상 많은 숫자다.
국민연금에 이어 산업은행이 PEF 운용사 선정 작업에 들어가는 등 국내 큰손이 잇따라 PEF 출자에 나서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100개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처럼 신생 펀드가 늘어나는 가운데 개별펀드 규모는 크게 줄었다. 올 들어 5월까지 설립된 펀드의 평균 자금은 828억원. 지난해 1~5월 평균 펀드 규모(1765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IMM프라이빗에쿼티 엠비케이파트너스 등이 1조원 넘는 펀드를 조성하는 등 5000억원 이상 펀드가 총 5곳에 달했다. 하지만 올 들어 5월까지 5000억원 이상 신생 펀드는 한 곳에 그쳤다. 숫자는 많아졌지만 50억~600억원 규모의 중소형 펀드가 대부분이란 설명이다.
중소형 PEF의 급증은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생 운용사가 PEF를 만들려면 연기금에서 반드시 출자받도록 행정지도를 했지만 올 들어선 돈 출처에 상관없이 누구든 PEF 설립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었다. 한 PEF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는 대기업이 재무 개선을 위해 내놓는 우량 자산을 PEF가 인수하는 등 산업 구조조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중소형 PEF가 중소형 매물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 경쟁이 심해지면서 상당수 PEF가 향후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실제 PEF의 자금 회수는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PEF 자금 회수 규모는 5조8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5월 말까지는 2조4000억원 안팎에 그쳤다. 지난해 이후 동부익스프레스 코웨이 딜라이브 약진통상 KDB생명 로젠택배 등 PEF가 보유한 회사 매각 작업이 잇따라 차질을 빚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다 보니 PEF가 매물을 내놔도 이를 적극적으로 인수하려는 후보를 찾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