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빚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고, 힘 없는 개인 채무자들은 도덕적 해이 등 과도한 책임에 시달리다 재기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생을 포기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13일 기자와 만나 “금융권의 개인 채권은 대부업체 등 유사금융기관을 거치면서 수십 배로 불어나 당사자뿐만 아니라 자식까지 ‘빚쟁이’로 만들고 있다”며 “채무자를 부도덕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사회에서 쫓아내거나 숨어 지내도록 하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도 생산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 의원이 ‘1호 법안’으로 ‘죽은채권부활 금지법’을 대표발의한 이유다. 5년의 법적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의 추심과 양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제 의원은 “악덕 채권자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소멸된 채권을 연장하는 것에 제동을 걸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빚을 못 갚는 채무자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도 대출이라는 투자행위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며 “개인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 책임도 지지 않고 부실채권을 대부업체 등에 팔아넘기는 것이야말로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제 의원은 금융기관이 개인 부실채권을 사채시장에 무차별적으로 매각하는 것을 규제하는 2호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내역을 추적할 수 있는 ‘채무이력제’ 도입도 추진할 생각이다.

저소득층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주빌리은행의 설립자인 제 의원은 더민주 비례대표를 직접 신청해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지난 10여년 시민활동을 하면서 한계에 부딪힌 적이 많다”며 “앞으로 사회 곳곳의 갈등을 중재하고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 의원은 지난 5월 더민주 소속 의원 123명이 지각 개원의 책임을 통감하고 이틀치 세비 8179만5000원(의원 1인당 66만5000원)을 기부하기로 하자 이 금액을 서민부실채권 탕감에 쓰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주빌리은행에 기부된 돈은 2525명의 부실채권 123억원을 소각시키는 데 쓰였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제 의원은 재무설계회사에 몇년 다닌 뒤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를 설립해 저소득층 금융교육사업을 했다. 그는 “저소득층의 금융교육을 하면서 근본적인 문제는 빚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의정활동의 제1목표는 힘없는 서민의 악성채무를 덜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달여 의정활동의 소회를 묻자 “살이 많이 빠져 턱선이 살아났다”는 답으로 대신했다. 제 의원은 “가계부채 쪽에 특화하면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조선업 구조조정 문제와 공정거래 등 새로운 분야도 깊이 파고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