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의 악연은 처음이 아니다. 2009년 12월에도 공정위는 ‘특허 갑질’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퀄컴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재 사건과 당시 사건의 공통점은 공정위 심사관(조사 담당 공무원)이 퀄컴에 공정거래법 3조2항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금지’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부적인 혐의는 큰 차이가 있다.

2009년 당시 공정위 심사관이 주목했던 것은 퀄컴의 ‘경쟁업체를 시장에서 아예 배제하려는 행위’와 ‘가격 차별’이다. 공정위가 공개한 의결서(법원의 판결문에 해당)를 보면 공정위 전원회의는 △퀄컴이 로열티 기준가격을 산정할 때 경쟁사 통신칩을 구매한 휴대폰 제조업체와 자사 통신칩을 구매한 휴대폰 업체를 차별한 것 △경쟁사 통신칩을 쓴 휴대폰 업체에 높은 로열티 부과율을 적용한 것 △표준특허를 활용하는 휴대폰 제조업체에 자사 통신칩을 강매한 것 △특허 기간이 종료돼도 로열티를 받은 것 등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지적했다. 당시 전원회의는 퀄컴의 이 같은 행위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2731억원을 부과했다. 퀄컴은 즉시 항소했지만 고등법원에서 패소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 상고된 상태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진행된 이번 조사에선 ‘경쟁자 배제’나 ‘가격 차별’이 아니라 ‘퀄컴 특허권 부여 전략’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경쟁 통신칩 제조사에 표준특허 사용권을 부여하지 않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오는 20일 전원회의에서 시정명령이 내려지면 퀄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특허 관련 매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퀄컴이 2009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아직 결론이 안 났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공정위가 퀄컴의 명줄을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