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도 견디는 고부가 플라스틱…수소·전기차 경량화 소재로 쓰여
원료부터 일관생산 체제 갖춰
한·중FTA 지렛대 삼아 중국 진출…도레이 "2020년까지 매출 5조"
○세계 첫 일관생산 체제 구축
PPS는 자동차나 전자제품, 의료기기의 금속 소재를 대체하는 고부가가치 플라스틱 소재다. 금속보다 가벼워 전기자동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의 무게를 줄일 수 있어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불린다. 200도 이상 고온을 견딜 수 있는 데다 가공도 쉬워 부품소재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PPS 군산공장을 미래 성장기지로 점찍었다. 일본 도레이의 한국법인인 이 회사는 2014년 도레이케미칼(옛 웅진케미칼)을 인수한 데 이어 군산공장 준공을 계기로 ‘퀀텀점프’하겠다는 목표다.
이 공장은 원료부터 수지(중간재), 컴파운드(수지에 첨가물을 섞어 만드는 플라스틱)를 모두 생산하는 일관생산 체제를 갖췄다. PPS 일관생산 체제 공장은 세계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도레이첨단소재 관계자는 “PPS 수요가 늘어나는 데 비해 아직 전문 생산기지를 갖춘 곳은 드물어 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투자한 일본 기업 성공 사례로
도레이첨단소재는 일본 기업이 한국에 투자한 사례 중 가장 성공한 모델로 꼽힌다. 도레이는 1972년 삼성그룹이 옛 제일합섬(현 도레이케미칼)을 설립할 때 지분 34%를 취득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 투자에 꾸준히 공을 들였다. 도레이는 1999년 (주)새한과 합작해 도레이새한을 설립했다. 이후 새한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해 100% 자회사인 도레이첨단소재로 이름을 바꿨다.
이 회장은 “군산공장 가동을 통해 PPS 사업을 확대하면 당초 목표로 정한 2020년 매출 5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충분히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작년에 매출 2조798억원, 영업이익 1290억원을 기록했다.
○추가 투자도 검토
이 회장은 추가 투자 가능성을 내비쳤다. 군산공장 투자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총 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확보해 놓은 부지가 있기 때문에 PPS 관련 사업을 확대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공장에선 연간 8600t의 PPS 수지를 생산한다. 2차 증설을 통해 2018년까지 기존 최대 생산기지인 일본 도카이 공장 규모(연산 1만9000t)와 비슷한 수준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후 군산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를 집행하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컴파운드 생산 규모는 연산 3300t에 달한다. 도레이첨단소재는 군산공장을 중국 수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삼기로 했다. 이곳에서 생산한 PPS 수지 중 60~70%는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한국은 PPS 주요 수요처인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어 관세가 3.9%에 불과하다. 일본은 중국과 FTA를 맺고 있지 않아 6.5%의 관세를 물고 중국에 수출해야 한다. 또 군산은 중국과 가까워 물류비도 아낄 수 있다.
이번 공장 준공은 산업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필름 부직포 등 한정된 소재만 생산하는 국내 소재산업에 변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SK케미칼도 일본 데이진과 합작해 올 하반기 울산에 PPS 원료생산 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군산=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