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방산부품·장비대전(KDEC)’에서 국내외 방위산업 관계자들이 국산 헬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한경 DB
지난달 1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방산부품·장비대전(KDEC)’에서 국내외 방위산업 관계자들이 국산 헬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한경 DB
한국은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의 ‘큰손’이다. 작년 말 미국 의회 도서관 산하 의회조사국은 2014년 한국이 78억달러(약 9조3000억원)의 무기 구매계약을 체결해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에 올랐다고 밝혔다. 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1~2015년 세계 무기 수입량 중 한국은 2.6%를 차지해 10위에 올랐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한국 방산기업의 위상은 초라하다. 매출 규모에서 50위권 이내에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첨단 무기 분야에서 핵심 기술력을 보유하지 못해 수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50위 내 이스라엘 기업 두 곳

글로벌 방산분야 권위지인 디펜스뉴스가 매출로 집계한 ‘2015 톱100 글로벌 방산기업’에 따르면 국내 최대 방산기업인 (주)한화는 53위에 그쳤다. LIG넥스원은 59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61위, 한화테크윈은 73위였다.

50위 이내에 자국 방산기업의 이름을 올린 국가 가운데 눈에 띄는 곳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올 국내총생산(GDP) 전망치가 3062억달러로 한국(1조3212억달러)의 23%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계 방산기업 순위 50위권엔 엘비트시스템(29위)과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32위) 등 두 곳이 포함됐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이스라엘은 1990년대 말부터 방산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 이 분야를 국가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했다”며 “한국이 방산 수출시장에서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하지만 기술력 등 여러 측면에서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핵심기술 없어 수출확대 한계

한국의 방산수출은 2011년 이후 연평균 11.6% 증가했다. 그러나 방산 기업들이 핵심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아 앞으로 수출을 더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작년에 방산수출이 감소세로 꺾인 것은 방산비리 수사 영향도 있지만, 핵심 기술 부족이 더 근본적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KAI가 추진 중인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의 우즈베키스탄 수출이 무산 위기에 놓인 게 대표적 사례다. KAI는 지난해 5월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T-50 12기(4억달러 규모) 수출 협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엔진 등 T-50 핵심 기술을 제공한 미국이 작년 하반기에 우즈베키스탄 수출에 반대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우즈베키스탄의 아동 인권탄압과 친러시아 성향 등을 이유로 T-50 수출에 반대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에 이런 의사를 전해 온 작년 하반기 이후 한동안 미국 정부를 설득하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은 논의가 완전 중단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KAI가 개발한 T-50의 엔진 등 핵심 기술은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제공했다. 이 기술은 미국 정부의 수출승인(EL·export license) 대상으로 다른 국가에 수출하려면 미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열리는 시장 놓칠라’ 전전긍긍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세계 무기수입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사우디아라비아다. 지난해 사우디는 무기수입에만 전년 대비 50% 많은 93억달러를 써 무기수입 세계 1위국에 올랐다.

사우디는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해 2% 수준인 방산 자급도를 2025년까지 50%로 올린다는 ‘비전 2030’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선진국 방산기업들에 기술이전 등을 요청하고 있다. 호감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기술력 부족으로 커지는 시장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서우덕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교수는 “국내 방산기업이 빨리 기술 수준을 높여 새로운 방산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