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고즈넉한 돌담길 걷고, 건강한 기 받고…자연과 노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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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기의 도시 경남 산청
한의학박물관·힐링파크…동의보감 발자취 곳곳에
산청약초관도 볼거리…'기 센 돌' 찾아 장수 기원
500년 시간 남사마을엔 매화·회화나무가 빼곡
한의학박물관·힐링파크…동의보감 발자취 곳곳에
산청약초관도 볼거리…'기 센 돌' 찾아 장수 기원
500년 시간 남사마을엔 매화·회화나무가 빼곡
경남 산청(山淸)은 산이 높고 물이 맑다는 지명의 뜻처럼 자연이 풍요롭고 건강한 기운이 넘치는 곳이다.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과 그의 스승 류의태를 비롯해 초삼·초객형제 등이 의술을 펼친 한의학 본고장이기도 하다. 여기에 고즈넉한 고택들과 역사 유적지까지 있어 건강한 휴식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동의보감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 건강여행지 산청에서 가장 먼저 찾아봐야 할 곳은 역시 동의보감촌이다. 2013년 총 108만8000㎡ 규모로 세워져 전통한방휴양관광지, 동의본가, 한방자연휴양림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같은 해 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리기도 했다. 팔각지붕의 2층 한옥으로 지어진 엑스포주제관은 자녀들의 교육체험시설로 더할 나위가 없다. 외찌전시실, 한의학힐링파크 등에서 전통의학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외찌전시실에는 5300여년간 얼음 속에 묻혀 있던 미라인 ‘외찌’를 전시하고 있다. 당시 얼음 속에서 발견돼 아이스맨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미라를 분석한 결과, 5300년 전 약초와 침술을 사용한 흔적이 있어 학계에 충격을 던져줬다. 곤충전시실도 흥미롭다. 박중석 경상대 명예교수가 채집한 곤충 300여종, 1000여점을 전시하고 있는데 개인이 수집한 전시관치고는 품종도 많고 정리가 잘돼있다.
2층은 한의학힐링파크, 세계전통의학관, 영상관, 자생약초화단 등으로 돼있다. 여기서 출렁다리를 넘어가면 한의학박물관으로 이어진다. 한방 약초의 본고장 산청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바로 이 박물관이다. 국내 최초의 한의학 전문박물관으로 우리 전통의학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한의학박물관은 《동의보감》의 역사와 발자취는 물론 생활 속에서 한의학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氣체험장에서 무병장수를 기원하다
산청약초관도 눈길을 끈다. 산청은 원래 약초 재배지로 명성이 높은 곳이다. 약초관은 산청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약초가 자라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과 황매산 모형으로 전시관을 꾸미고 지리산 자생약초와 희귀 목본을 심었다. 지리산 야생약초 100여종도 만나볼 수 있다.
동의보감촌 맨 끝에 있는 왕산자락에는 기체험장이 있다. 동의보감촌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다. 관광해설사는 “민족의 정기가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와 남해를 바라보며 멈추었다가 휘몰아쳐 그 기운을 고스란히 풀어놓은 곳이 기체험장 인근”이라고 한다. 지리산 자락의 기운이 맞닿은 곳이어서 그런지 해설사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기체험은 3개 기체험바위에서 할 수 있는데 석경(石鏡)·귀감석(龜鑑石)·복석정(福石鼎)이 바로 그것이다. 하늘의 기운을 모아주는 돌거울이란 뜻의 석경에선 이마를 대고 기를 받아들여야 한다. 복을 가져다주는 바위라는 복석정은 주변을 돌면서 소원을 빌면 이룰 수 있게 해준단다. 귀감석은 거북이처럼 생겼다 해서 붙은 이름으로 석경의 두 배가 넘는 127t 규모다. ‘기 센 돌’을 찾아간 것만으로도 가족의 무병장수와 소원을 이뤄준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남사마을의 고택서 옛 흔적을 느끼다
산청은 건강도시일 뿐만 아니라 고즈넉한 고택이 즐비한 전통마을이기도 하다. 그중 널리 알려진 곳이 ‘남사예담촌’이다. 남사란 마을 이름이고 예담이란 ‘예스러운 담’ 혹은 ‘옛사람을 닮자’는 뜻이라 했다. 마을 이름답게 작지만 고아한 담들이 마을 곳곳에 둘러쳐져 있다. 500년의 시간이 첩첩이 접혀 있는 마을은 고색창연하다. 옛집과 수백년 묵은 매화나무, 감나무, 회화나무가 빼곡하게 마을 안에 들어차 있다. 매화는 다 지고 말았지만 마을의 돌담에는 담쟁이넝쿨이 아이 손바닥 같은 여린 잎을 내놓기 시작했다.
남사마을에서 빼놓지 말고 들러봐야 할 곳은 돌담길 양쪽에서 뻗어나온 회화나무 두 그루가 X자로 걸쳐 자라고 있는 이씨 고가와 솟을대문을 갖춘 재실인 사양정사. 자연과 돌담, 그리고 옛 건축물이 빚어내는 조화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남사예담촌은 당당한 한옥 고택과 황토담에 돌담이 잘 어우러져 있다. 사양정사, 이사재, 최씨 고가, 이씨 고가 등 양반집 주변에는 흙담이 많고, 서민이 거주하던 민가 주변은 돌담이 많다. 담장을 사이로 이어진 돌담길은 그 길이가 3.2㎞에 달한다. 옛담 사이를 거닐면서 고택을 감상하는 맛이 그만이다. 마을의 한옥은 30여채. 남사마을에서 가장 돋보이는 고택은 1920년대에 지어진 사양정사다. 높은 솟을대문부터 고택의 위세가 당당하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마당에는 고목 감나무와 매화나무가 가지를 뒤틀고 서 있다. 남사마을에는 고려말 원정공 하즙이 심었다는 700년 된 매화나무가 있다. 이른바 ‘원정매’로 불리며 강회백이 심은 ‘정당매’, 남명 조식이 심은 ‘남명매’와 더불어 ‘산청삼매’로 꼽히는 매화다. 마을을 둘러보니 어느새 어둠이 담쟁이처럼 내려앉기 시작했다. 휘영청 떠오른 달빛이 마을을 부드럽게 감싼다. 남사예담촌은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산청=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 정보
수도권에서 출발하자면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까지 가서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함양 갈림목을 지나면 곧 산청나들목이 나온다.
‘남사예담촌’의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근사한 체험이 될 것이다. 숙박요금도 4만~5만원 선으로 부담스럽지 않다. 단속사지 인근엔 새로 지은 펜션이 많다.
산청의 대표적인 음식이라면 한방약초를 먹고 자란 한우와 산청흑돼지. 산청한의학박물관 부근의 ‘약초와 버섯골식당’(055-973-4479)은 갖가지 산나물, 약초와 함께 소고기를 데쳐서 먹는 ‘약초버섯전골’을 내놓는다. 처음에는 한약 냄새가 강해 살짝 거부감이 들지만 먹을수록 깊고 풍부한 맛에 중독된다.
동의보감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 건강여행지 산청에서 가장 먼저 찾아봐야 할 곳은 역시 동의보감촌이다. 2013년 총 108만8000㎡ 규모로 세워져 전통한방휴양관광지, 동의본가, 한방자연휴양림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같은 해 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리기도 했다. 팔각지붕의 2층 한옥으로 지어진 엑스포주제관은 자녀들의 교육체험시설로 더할 나위가 없다. 외찌전시실, 한의학힐링파크 등에서 전통의학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외찌전시실에는 5300여년간 얼음 속에 묻혀 있던 미라인 ‘외찌’를 전시하고 있다. 당시 얼음 속에서 발견돼 아이스맨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미라를 분석한 결과, 5300년 전 약초와 침술을 사용한 흔적이 있어 학계에 충격을 던져줬다. 곤충전시실도 흥미롭다. 박중석 경상대 명예교수가 채집한 곤충 300여종, 1000여점을 전시하고 있는데 개인이 수집한 전시관치고는 품종도 많고 정리가 잘돼있다.
2층은 한의학힐링파크, 세계전통의학관, 영상관, 자생약초화단 등으로 돼있다. 여기서 출렁다리를 넘어가면 한의학박물관으로 이어진다. 한방 약초의 본고장 산청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바로 이 박물관이다. 국내 최초의 한의학 전문박물관으로 우리 전통의학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한의학박물관은 《동의보감》의 역사와 발자취는 물론 생활 속에서 한의학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氣체험장에서 무병장수를 기원하다
산청약초관도 눈길을 끈다. 산청은 원래 약초 재배지로 명성이 높은 곳이다. 약초관은 산청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약초가 자라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과 황매산 모형으로 전시관을 꾸미고 지리산 자생약초와 희귀 목본을 심었다. 지리산 야생약초 100여종도 만나볼 수 있다.
동의보감촌 맨 끝에 있는 왕산자락에는 기체험장이 있다. 동의보감촌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다. 관광해설사는 “민족의 정기가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와 남해를 바라보며 멈추었다가 휘몰아쳐 그 기운을 고스란히 풀어놓은 곳이 기체험장 인근”이라고 한다. 지리산 자락의 기운이 맞닿은 곳이어서 그런지 해설사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기체험은 3개 기체험바위에서 할 수 있는데 석경(石鏡)·귀감석(龜鑑石)·복석정(福石鼎)이 바로 그것이다. 하늘의 기운을 모아주는 돌거울이란 뜻의 석경에선 이마를 대고 기를 받아들여야 한다. 복을 가져다주는 바위라는 복석정은 주변을 돌면서 소원을 빌면 이룰 수 있게 해준단다. 귀감석은 거북이처럼 생겼다 해서 붙은 이름으로 석경의 두 배가 넘는 127t 규모다. ‘기 센 돌’을 찾아간 것만으로도 가족의 무병장수와 소원을 이뤄준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남사마을의 고택서 옛 흔적을 느끼다
산청은 건강도시일 뿐만 아니라 고즈넉한 고택이 즐비한 전통마을이기도 하다. 그중 널리 알려진 곳이 ‘남사예담촌’이다. 남사란 마을 이름이고 예담이란 ‘예스러운 담’ 혹은 ‘옛사람을 닮자’는 뜻이라 했다. 마을 이름답게 작지만 고아한 담들이 마을 곳곳에 둘러쳐져 있다. 500년의 시간이 첩첩이 접혀 있는 마을은 고색창연하다. 옛집과 수백년 묵은 매화나무, 감나무, 회화나무가 빼곡하게 마을 안에 들어차 있다. 매화는 다 지고 말았지만 마을의 돌담에는 담쟁이넝쿨이 아이 손바닥 같은 여린 잎을 내놓기 시작했다.
남사마을에서 빼놓지 말고 들러봐야 할 곳은 돌담길 양쪽에서 뻗어나온 회화나무 두 그루가 X자로 걸쳐 자라고 있는 이씨 고가와 솟을대문을 갖춘 재실인 사양정사. 자연과 돌담, 그리고 옛 건축물이 빚어내는 조화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남사예담촌은 당당한 한옥 고택과 황토담에 돌담이 잘 어우러져 있다. 사양정사, 이사재, 최씨 고가, 이씨 고가 등 양반집 주변에는 흙담이 많고, 서민이 거주하던 민가 주변은 돌담이 많다. 담장을 사이로 이어진 돌담길은 그 길이가 3.2㎞에 달한다. 옛담 사이를 거닐면서 고택을 감상하는 맛이 그만이다. 마을의 한옥은 30여채. 남사마을에서 가장 돋보이는 고택은 1920년대에 지어진 사양정사다. 높은 솟을대문부터 고택의 위세가 당당하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마당에는 고목 감나무와 매화나무가 가지를 뒤틀고 서 있다. 남사마을에는 고려말 원정공 하즙이 심었다는 700년 된 매화나무가 있다. 이른바 ‘원정매’로 불리며 강회백이 심은 ‘정당매’, 남명 조식이 심은 ‘남명매’와 더불어 ‘산청삼매’로 꼽히는 매화다. 마을을 둘러보니 어느새 어둠이 담쟁이처럼 내려앉기 시작했다. 휘영청 떠오른 달빛이 마을을 부드럽게 감싼다. 남사예담촌은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산청=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 정보
수도권에서 출발하자면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까지 가서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함양 갈림목을 지나면 곧 산청나들목이 나온다.
‘남사예담촌’의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근사한 체험이 될 것이다. 숙박요금도 4만~5만원 선으로 부담스럽지 않다. 단속사지 인근엔 새로 지은 펜션이 많다.
산청의 대표적인 음식이라면 한방약초를 먹고 자란 한우와 산청흑돼지. 산청한의학박물관 부근의 ‘약초와 버섯골식당’(055-973-4479)은 갖가지 산나물, 약초와 함께 소고기를 데쳐서 먹는 ‘약초버섯전골’을 내놓는다. 처음에는 한약 냄새가 강해 살짝 거부감이 들지만 먹을수록 깊고 풍부한 맛에 중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