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고급 민간 임대아파트 한남더힐(사진)의 감정평가액이 현재 분양가보다 10~20%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남더힐 입주민들은 2차 분양전환을 진행하는 시행사 한스자람이 약속과 달리 감정평가액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한스자람은 한남더힐 단지 내 241가구 물건에 대해 한국감정평가협회가 추천한 감정평가회사(하나 대화 삼창 대일)를 통해 감정평가를 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시행사의 감정평가 결과를 보면 감정평가회사들은 가장 큰 333㎡(공급면적 기준·펜트하우스)에 대해 3.3㎡당 6300만원대, 302㎡는 5100만원대, 284㎡는 4500만원대를 감정액으로 제시했다.

감정액은 일반 분양가격보다 10~20% 낮은 수준이다. 한스자람은 333㎡ 펜트하우스에 대해 국내 최고가 수준인 3.3㎡당 평균 8100만원을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감정평가액과 일반분양가가 일치하지는 않지만 한남더힐은 예외라고 입주민들은 주장한다. 애초 이 아파트는 분양전환 계약에 따라 입주민과 시행사가 각각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해 감정평가 한 뒤 산술평균해 분양가를 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번 감정평가도 입주민 30가구가 분양전환 가격을 정하기 위해 감정평가협회가 추천한 4개사에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스자람은 지난 4월 “이번 감정평가액을 외부로 공개하지 말아달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감정평가협회와 감정평가사 4곳을 상대로 공개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가 맡아 심리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감정평가액을 빨리 공개해 분양전환에 협조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협회 측도 “감정평가사 회원들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올리는 내부 전산망에까지 평가 결과를 올리지 말라는 것은 상식 밖의 요구”라며 가처분 신청에 대응하고 있다.

한스자람 측은 “이전에 다른 평가사에서 받은 감정평가액이나 실제 매매 시세와 큰 차이가 있다”며 “근본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는 이번 감정평가액을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남더힐은 2009년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일반 아파트가 아니라 민간 임대주택으로 사업승인을 받아 입주자를 모집했다. 민간 임대주택은 임대 의무기간(5년)이 지나면 입주민과 시행사가 협의해 분양전환을 할 수 있고 입주민에게 분양전환 우선권이 있다.

2013년 1차 분양전환 때도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려는 시행사와 우선권을 행사하려는 입주민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다. 1차 때도 시행사 측 분양전환 가격은 3.3㎡당 4300만~7500만원이었지만 입주자가 제시한 가격은 3.3㎡당 3000만원 안팎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입주자 200여명은 “분양전환 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