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전’이다. 작년 8월과 지난 3월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놓고 ‘표대결’을 벌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주총에서 또다시 격돌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로 이곳의 경영권만 확보하면 롯데그룹을 사실상 장악한다.

앞선 두 차례 격돌에서는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승리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지난 10일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변수가 생겼다.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은 반전을 꿈꾸고 있다.

신 회장 측은 이번에도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검찰 수사라는 복병을 만나긴 했지만 주총 표대결의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주주들이 아직은 신 회장 편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3차전’도 무난히 방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검찰 수사로 판이 뒤집힐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주주 설득을 위해 동생보다 먼저 움직였다. 9일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고열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하자 일본에서 입국했다가 3일 만인 12일 다시 일본으로 떠났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2대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 의결권 기준 31.1%)를 설득하기 위해서다.

신 회장이나 신 전 부회장 모두 종업원지주회만 ‘우군’으로 만들면 지분의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 종업원지주회는 10년 이상 일한 과장급 이상 14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캐스팅 보트를 쥔 종업원지주회는 한결같이 신 회장을 지지해왔다. 이 덕분에 신 회장은 1, 2차 표대결에서 주주 과반을 확보하며 무난히 승리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종업원지주회의 마음을 돌려 신 총괄회장을 제외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 7명을 모두 바꾸려 하고 있다. 7명은 신 회장과 신 회장 측 사람들이다. 신 전 부회장은 검찰의 압수수색 직후 종업원지주회에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긴급 협의를 하자”고 했지만 답이 없자 직접 설득하기 위해 일본으로 달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종업원지주회 소속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할 계획이다.

신 회장도 행동에 나선다. 14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열리는 롯데케미칼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대응 전략을 짤 방침이다.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바꾸기 위한 첫 단계였던 호텔롯데 상장을 13일 공식 철회했기 때문에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권은 지켜야 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이번 주총에서도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