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좀비기업' 70곳
한국·미국·중국·일본의 시가총액 500대 기업 가운데 한국의 잠재적 부실기업이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0~2015년 6년간 4개국 시가총액 500대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이 6년간 평균 78.8개로 네 나라 중 가장 많았다. 500대 기업 가운데 15%가량은 잠재적 부실기업이라는 얘기다. 중국이 6년간 평균 45.8개로 한국 다음이었고, 미국은 21.8개, 일본은 15개였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영업이익)이 그 해에 갚아야 할 이자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눠 구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다는 것은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는 뜻으로,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평가된다. 통상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자체 생존 능력이 없는 한계기업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기준 한국 500대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평균 7.15로 집계됐다. 중국이 6.10으로 한국보다 다소 낮았다. 미국은 8.39, 일본은 38.12였다. 한경연은 “일본은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은행 차입 의존도가 낮아 영업이익이 적어도 이자보상배율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 해만 보면 잠재적 부실기업(이자보상배율 1 미만) 수는 중국이 78개로 가장 많았고, 한국 70개, 미국 39개, 일본 9개 순이었다. 한국의 잠재적 부실기업 수는 2012년 93개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 66개로 줄었다가 다시 증가했다.

한경연은 “최근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해운산업뿐 아니라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다른 업종에서 추가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며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대출에 의존해 연명하는 부실기업을 정리하면 당장은 그 기업에 속한 일자리가 줄어든다. 그러나 부실기업에 투입하는 자원을 정상 기업에 지원해 일자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