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기업들이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제주도에 기반을 둔 제주소주 인수를 통해 소주시장에 진출한다. 이미 가계약을 체결했으며 추가 협의 및 실사 등을 거쳐 최종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유통기업, 제조업체 변신은 무죄?…이마트 소주, 롯데 화장품
이마트의 제주소주 인수로 주류시장에 판도 변화가 나타날지도 관심사다. 제주소주가 제주 지역의 소규모 제조업체지만 이마트의 유통망과 마케팅을 활용하면 장기적으로 작지 않은 파급력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L&B를 통해 와인과 맥주 등을 수입해 유통, 판매하고 있으며 이번에 소주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주류시장에서 영역을 더 넓히게 됐다.

제주소주는 2011년 자본금 25억원으로 설립된 회사로, 2014년 '곱들락'(20.1도)과 '산도롱'(18도) 소주를 출시했다. 작년 매출은 1억4000만원, 당기순손실은 32억원 규모이다.

이 회사는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아 이마트 등 여러 기업에 인수 제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인수 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제주소주가 탄탄한 향토기업으로 자리 잡도록 하고, 사업 초기 제주지역 인재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제주소주를 통해 제주도와의 사업적 관계 및 상품 매입 규모를 확대하고 한류 콘텐츠를 결합해 제주를 상징하는 한류 상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중국, 베트남, 몽골 등 이마트가 진출한 국가뿐 아니라 일본, 미국 등에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통기업들의 화장품 시장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에 이어 롯데도 자체브랜드(PB)를 내놓고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화장품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대형 유통업체들이 속속 직접 화장품 제조·판매에 나서는 분위기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자체 화장품 브랜드 '엘앤코스(el&cos)'를 발표하고 두 가지 종류의 여름 전용 기능성 화장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유명 화장품 제조사 '한국콜마'와 공동 연구를 통해 내놓는 신제품은 피부 보습·냉각을 위한 '아이스 쿨 미스트'와 '아이스 쿨 밴드'이다.

우길조 롯데백화점 MD전략부문장은 "화장품 시장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평균 9.9% 성장했다"며 "유통 노하우를 바탕으로 화장품뿐 아니라 다른 상품군으로 자체브랜드를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이미 2012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색조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2014년 하반기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와 화장품 편집숍 라 페르바'를, 지난해 초 이탈리아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 사업권을 잇따라 따내는 등 화장품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달 17일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가 지분율 50대 50으로 설립한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는 경기 오산시 가장산업단지에 1만2천956㎡ 규모의 화장품 제조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를 착공하기도 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