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용 대표 영장청구에 초조해하는 롯데그룹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수사로 롯데그룹이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면세점 입점 비리 수사로 호텔롯데 상장이 연기된 데다 연말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오던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사진)이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검찰은 지난 8일 2006년 당시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으로 있던 노 사장이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알고도 상품을 기획·판매한 데 개입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죄명은 형법 268조에 있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다. 인체에 유해한 약품 등을 취급해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해를 끼칠 때 적용하는 것으로 의료사고나 교통사고, 부패식품 판매 등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대표적 예로 꼽힌다.

롯데 측은 검찰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에 억울해 하고 있다. 당시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을 맡은 노 사장이 자체브랜드(PB)로 생산하는 가습기 살균제 기획과 판매에 일일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노 사장의 결재 도장이 찍힌 문서 등을 근거로 노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대부분 부문장과 팀장에게 전권을 맡긴 위임 전결이라고 롯데 측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노 사장이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 검증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공소유지를 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도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악화된 여론 때문에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을 높지 않게 판단하고 있다.

롯데는 노 사장 구속 이후를 더 걱정하고 있다. 노 사장의 부재로 올해 말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타워 공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10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노 사장의 구속이 결정되면 박현철 롯데물산 사업총괄본부장(전무)이 대표이사 업무를 대행하지만 노 사장이 롯데월드타워 공사를 진두지휘하던 때보다는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많다.

노 사장은 1979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30여년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서 근무하다 작년 1월 위기에 처한 롯데물산의 구원투수로 기용됐다. 롯데월드몰 아쿠아리움과 영화관의 누수와 진동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근로자 안전 사고로 콘서트홀 공사까지 중단된 때였다.

노 사장은 ‘제2롯데월드 안전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공사 현장 구석구석을 꼼꼼히 챙기며 공사를 정상화시켰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대행체제로 가면 노 사장이 진두지휘할 때만큼 대내외적으로 원활하게 소통하며 공사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