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이니지를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기대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열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규제가 포함돼 황당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무엇보다 ‘자사 광고만 허용한다’는 규정이 사이니지의 효용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광고와 정보 제공의 경계가 모호한 현실에서 사이니지를 통한 정당한 정보 제공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음식점에 설치된 메뉴 정보용 사이니지다. 여기에는 맥도날드 햄버거 제품뿐 아니라 코카콜라 등 타사 음료 정보도 올라온다. 자사 제품만 사이니지에 담을 수 있게 되면 메뉴판 정보도 반쪽이 된다.

편의점 등에서 사이니지를 통한 정보 제공이 늘고 있는 추세와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제주도 내 CU 편의점에서 제주공항 운항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규제가 현실화되면 편의점과 카페, 패스트푸드 업체 등에 사이니지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전자회사들의 영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CU에 사이니지를 공급하고 있으며, GS25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물량을 대고 있다. 삼성전자는 카페 드롭탑 150여개 지점과 맥도날드에 사이니지를 공급했으며, LG전자는 롯데리아 매장 680곳에 사이니지를 세웠다. 버거킹과 KFC도 LG전자 사이니지를 설치했다.

사이니지는 한 매장에 5대까지 설치되며 대당 판매단가는 50만~100만원이다.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계약하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 B2B사업 비중을 높이려는 전자업체들이 이 시장에 신경 쓰는 이유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