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포항병원, 경북 유일 뇌혈관 환자 치료 '최전선 병원'
대학병원 의사로 살았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교수회의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도 무거운 대학병원 분위기에서 현실화하기 어려웠다. 2002년 김문철 에스포항병원장(사진)은 다니던 대학병원에 사표를 냈다. 혈관 수술하는 사람이 몇 명 되지 않을 때였다.

병원을 나오자마자 이곳저곳에서 영입제의가 왔다. ‘제대로 된 뇌혈관센터를 열겠다’는 그의 생각과 가장 맞았던 포항성모병원을 택했다. 이곳에서 사비를 들여 간호사 교육을 하고 의료진을 가르치며 병원을 키웠다. 하지만 월급의사로는 병원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시간이 금’인 뇌혈관 환자를 진료하는 새 병원을 세워야겠다고 다짐했다. 2008년 11월 경북 포항시 죽도동에 에스포항병원 문을 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혈관 질환을 보는 병원에 환자가 몰렸다. 개원 8년 만에 병원 크기는 세 배 정도 커졌다. 김 원장은 에스포항병원을 “시간 내에 온 뇌혈관 환자를 치료해 장애 없이 살 수 있도록 돕는 최전선에 선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포항지역 신경외과 환자들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스포항병원은 경북 지역에 하나뿐인 뇌혈관 전문병원이다. 뇌부터 척추까지 신경외과 분야 모든 질환을 책임지고 있다. 신경외과 전문의 11명이 24시간 당직을 서며 환자를 진료한다. 뇌혈관에 문제가 생긴 응급환자가 이곳에 오면 언제든 전문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척추센터에서는 사시관종(思始觀終:처음을 생각하며 끝을 바라봄)을 목표로 환자를 치료한다. 처음 진단한 날 환자의 치료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장비와 시스템을 갖췄다. 김 원장은 “척추 질환은 삶의 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힘들어하는 환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직원들이 다른 사람에게 에스포항병원에 근무한다고 하면 대단하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었다. 직원복지에 특히 공을 들였다. 개원 초기 병원을 그만두는 직원마다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쳐가며 사람을 잡았다. 서로 다른 부서에 있는 직원 15명 정도를 팀으로 구성해 2년에 한 번 해외 또는 제주로 여행을 보낸다. 3박4일 동안 동고동락하며 다른 부서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병원 보육시설은 24시간 운영된다. 급히 콜을 받고 출근한 의사나 간호사가 언제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 원장은 “직원이 행복해야 환자에게도 잘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 교육에서도 공을 들인다. 화요일과 수요일 오전 7시30분에 척추파트와 관절파트 의료진이 모여 수술 결과를 공유한다. 해외학회에 나가는 직원들에게 모든 비용을 대준다. 1년씩 연수도 보낸다. 최근엔 대구경북 최초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는 11월 에스포항병원은 포항시 남구 이동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곳에는 환자를 위한 편의시설은 물론 직원 자녀를 위한 공부방, 독서실도 들어선다. 김 원장은 “우리 병원에서 결혼한 커플이 아이를 낳고 애들이 커 신경외과에 들어가 4대, 5대 병원장으로 오는 것이 꿈”이라며 “지역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하며 가치를 지키는 병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포항=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전문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우수병원입니다. 복지부로부터 난도 높은 질환에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인증받은 전국의 병원 111개가 전문병원으로 등록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