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텍책임, 방판→표준가격→데이터 경영…"혁신 또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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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유통 1위 일군 비결은
한국산 카탈로그 출간…'공구 바이블'로
매출 떨어져도 온라인 주문만 받아
한국산 카탈로그 출간…'공구 바이블'로
매출 떨어져도 온라인 주문만 받아
‘찾아가는 서비스’가 혁신의 시작이었다. 1971년 최영수 크레텍책임 회장(사진)은 대구 원대동에 ‘책임보장공구사’란 공구점을 차렸다.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어 장사가 잘됐다. 어느 날 정류장이 자리를 옮기자 매상이 뚝 떨어졌다. 그는 ‘이렇게 된 이상 공구를 필요로 하는 곳을 직접 찾아다니자’고 생각했다. 큼지막한 공구 주머니를 자전거에 싣고 이곳저곳을 돌았다. 최 회장은 “업계 최초의 ‘방판(방문판매)’으로 위기를 이겨냈다”고 말했다.
○“우리의 룰로 싸우자”
40여년이 지났다. 책임보장공구사는 크레텍책임이란 국내 독보적인 공구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전국 5000여개 도소매상에 드라이버, 전동공구 등 다양한 공구를 공급한다. 지난해 매출은 3823억원이다.
방판에 이어 이 회사가 시도한 두 번째 혁신은 ‘표준가격제’ 도입이었다. 1980년대 공구 시장은 에누리와 바가지가 일반적이었다. 최 회장은 ‘이렇게 장사해서는 오래 못 간다’고 판단했다. 그는 모든 제품의 가격표를 만들어 고객사에 뿌렸다. ‘영업 비밀’을 까발린 그를 향해 경쟁사의 따가운 눈총이 이어졌다.
1989년에는 28쪽짜리 공구 카탈로그도 펴냈다. 취급 공구의 스펙과 가격을 총정리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일본에서 들여온 공구도감을 썼다. 상인들은 그림을 가리키며 거래하곤 했다. 국내에 없는 제품도 수두룩했다. 그는 2년마다 카탈로그 개정판을 내놨다. 작년에 펴낸 ‘한국 산업공구 카탈로그’(2692쪽)는 14만부나 팔렸다. 업계의 ‘바이블’로 자리잡았다. 최 회장은 “방판, 표준가격제, 카탈로그 출간 등 우리 스스로 싸움의 룰을 정한 게 성장 비결”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경영’ 총력
크레텍책임은 2006년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도입했다. 인터넷은 대중화됐지만 공구상 대부분이 영업직원을 통해 주문을 할 때였다. 최 회장은 “매출이 떨어져도 오프라인 주문은 안 받겠다”고 선언했다.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고객사도 간편히 주문할 수 있어 ‘윈윈’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동영상 상품 소개, 부품 분해도 등 다양한 정보를 넣으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나갔다. 온라인 주문은 대세가 됐다.
2013년에는 사내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각종 통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최 회장은 ‘데이터 경영’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사에 언제쯤, 어떤 공구가 필요한지 먼저 제안하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송에도 투자하고 있다.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경기 군포시에 연면적 3만3000여㎡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자체 배송차량을 활용해 일일 배송하고 있지만, 배송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서다.
○“해외 진출이 꿈”
최 회장은 가업 승계를 준비 중이다. 두 아들은 각각 크레텍책임과 자회사인 크레텍웰딩의 사장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은 “내가 국내에서 회사의 틀을 닦았다면 이제 두 아들이 글로벌화를 할 차례”라고 했다. 그는 “최근 필리핀에 출장갔을 때 현지 공구상이 꾸깃꾸깃한 우리 카탈로그를 보물처럼 모셔놓고 쓰더라”며 “중국과 동남아 등에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제조업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최 회장은 “절삭공구는 와이지원처럼 국내 업체가 선전하고 있지만, 수공구(핸드툴) 분야는 외국 제품의 독무대”라며 “제대로 된 공구를 제조한다면 국내 공구산업에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우리의 룰로 싸우자”
40여년이 지났다. 책임보장공구사는 크레텍책임이란 국내 독보적인 공구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전국 5000여개 도소매상에 드라이버, 전동공구 등 다양한 공구를 공급한다. 지난해 매출은 3823억원이다.
방판에 이어 이 회사가 시도한 두 번째 혁신은 ‘표준가격제’ 도입이었다. 1980년대 공구 시장은 에누리와 바가지가 일반적이었다. 최 회장은 ‘이렇게 장사해서는 오래 못 간다’고 판단했다. 그는 모든 제품의 가격표를 만들어 고객사에 뿌렸다. ‘영업 비밀’을 까발린 그를 향해 경쟁사의 따가운 눈총이 이어졌다.
1989년에는 28쪽짜리 공구 카탈로그도 펴냈다. 취급 공구의 스펙과 가격을 총정리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일본에서 들여온 공구도감을 썼다. 상인들은 그림을 가리키며 거래하곤 했다. 국내에 없는 제품도 수두룩했다. 그는 2년마다 카탈로그 개정판을 내놨다. 작년에 펴낸 ‘한국 산업공구 카탈로그’(2692쪽)는 14만부나 팔렸다. 업계의 ‘바이블’로 자리잡았다. 최 회장은 “방판, 표준가격제, 카탈로그 출간 등 우리 스스로 싸움의 룰을 정한 게 성장 비결”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경영’ 총력
크레텍책임은 2006년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도입했다. 인터넷은 대중화됐지만 공구상 대부분이 영업직원을 통해 주문을 할 때였다. 최 회장은 “매출이 떨어져도 오프라인 주문은 안 받겠다”고 선언했다.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고객사도 간편히 주문할 수 있어 ‘윈윈’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동영상 상품 소개, 부품 분해도 등 다양한 정보를 넣으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나갔다. 온라인 주문은 대세가 됐다.
2013년에는 사내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각종 통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최 회장은 ‘데이터 경영’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사에 언제쯤, 어떤 공구가 필요한지 먼저 제안하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송에도 투자하고 있다.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경기 군포시에 연면적 3만3000여㎡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자체 배송차량을 활용해 일일 배송하고 있지만, 배송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서다.
○“해외 진출이 꿈”
최 회장은 가업 승계를 준비 중이다. 두 아들은 각각 크레텍책임과 자회사인 크레텍웰딩의 사장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은 “내가 국내에서 회사의 틀을 닦았다면 이제 두 아들이 글로벌화를 할 차례”라고 했다. 그는 “최근 필리핀에 출장갔을 때 현지 공구상이 꾸깃꾸깃한 우리 카탈로그를 보물처럼 모셔놓고 쓰더라”며 “중국과 동남아 등에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제조업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최 회장은 “절삭공구는 와이지원처럼 국내 업체가 선전하고 있지만, 수공구(핸드툴) 분야는 외국 제품의 독무대”라며 “제대로 된 공구를 제조한다면 국내 공구산업에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