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한국)는 분명히 다시 일어난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IMF(국제통화기금) 간부가 했다는 얘기입니다. 한국 방문길에 우연히 들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매장 규모에 놀라고, 많은 젊은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에 또 한 번 놀라고 난 직후였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한국경제신문 5월 25일자 A22면 <베일속의 비(非)상장사> 기사에서 소개한 교보문고의 창립이념입니다. “교보문고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1981년 6월1일. 8930㎡에 달하는 매장은 단일면적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교보문고는 ‘채산성’ 관점에서는 매력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기업입니다. “1980년 광화문에 교보빌딩이 들어섰을 때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이 건물의 지하 1층이었다. 워낙에 목 좋은 금싸라기 땅이라 어떤 점포든 열기만 하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신용호 교보그룹 창업회장이 온갖 사업 아이디어를 다 물리친 끝에 내린 결정은 ‘서점 개설’이었습니다. “돈은 교보생명으로 벌고, 사회 환원은 서점으로 하겠다”는 지론에서였다고 합니다. 이병철 당시 삼성그룹 회장이 “내가 하지 못한 일을 해줘서 고맙다”는 요지의 칼럼을 신문에 싣기도 했습니다.

이런 내력 때문인지, 교보문고는 매출 5000억원대의 초대형 서점이지만 영업이익률은 1%에도 못 미칩니다. 2013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이 전년보다 3.7% 줄었고, 영업수지는 적자를 내기도 했습니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독서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오프라인 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습니다.

교보문고가 내놓은 대책이 흥미롭습니다. 서점 방문객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도록 매장을 꾸미고 있습니다. 광화문 매장에 100명이 한꺼번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대형 테이블을 설치했고, 모든 도서 코너에 1인용 의자나 소파, 작은 테이블을 놓았습니다. 당장 책 몇 권을 더 팔기보다 사람들이 책을 읽으며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꾸며 중·장기적인 독서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것입니다.

교보문고의 이런 전략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입니다. 책을 팔기에 앞서 ‘독서 인구’를 늘리는 것이 선결과제로 떠오른 한국 사회의 현실이 착잡할 따름입니다.

한국경제신문 이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