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해외 연수자를 남성·공채 위주로 선발하면서 내부에 투명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모 임원이 공정한 기준 없이 임의로 대상자를 선발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0일 ‘2016년 해외 학술연수 대상자’ 24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논란의 발단은 여성 인원과 경력직 선발이 각각 2명에 그치면서다. 선발자의 90% 이상인 22명을 남성·공채로 채운 것이다.

금감원 직원 1900여명 중 여직원 비중이 약 25%에 달한다. 이 와중에 기획·경영본부 근무 경력이 있는 직원이 8명이나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기획·경영본부를 맡은 모 임원이 이번 연수자 선발 과정을 총괄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측은 내부 절차에 따라 공정한 심사과정을 거쳤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무 능력에 가장 높은 가중치를 두고 한 달간 심사숙고해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일부 소수 직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 노동조합 소식지에 ‘학술 연수는 남자·공채 직원의 전유물인가’라는 글이 실렸을 정도로 내부 분위기는 비판적이다. 금감원의 한 경력직 출신 직원은 “남자·공채 직원이 여자·경력 직원보다 업무 능력이 월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준이 무엇인지라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연수자 선발 과정을 보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핵심층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외 연수, 해외 주재원 코스를 밟는 이른바 ‘이너서클(inner circle)’이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 직원들이 익명 게시판으로 활용하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블라인드’에 한 여직원은 “같이 담배 피워주고 술도 마셔주지 못해서 (떨어진 것 같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