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이후 지금까지는 회사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였습니다. 앞으로는 퇴직연금펀드로 승부를 내겠습니다.”

올해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가장 큰 변화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사진)이 투자 일선에 복귀한 것이다. 후배인 최광욱 펀드매니저에게 운용총괄을 맡기고 물러난 지 8년 만에 최고투자책임자(CIO)로 되돌아온 것이다.

강 회장의 오랜 꿈은 ‘100년 펀드’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주방장 출신이 사장을 맡고 있고 메뉴가 단출한 식당은 음식 맛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며 “오너십이 있는 펀드매니저가 한우물을 파는 운용사에도 마찬가지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를 잇는 외국계 운용사처럼 지배구조가 안정돼야 펀드 성과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 회장은 ‘성장가치주 투자’를 운용 철학으로 삼고 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등과 함께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로 꼽힌다. 가격만이 가치를 결정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지녔다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다만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중 어디에 방점을 찍는지는 제각각이다. 강 회장은 철저히 수익가치 쪽에 비중을 둔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수익가치(주가수익비율·PER)에 66%, 자산가치(주가순자산비율·PBR)에 33% 비중을 두고 종목을 선별하고 있다.

강 회장은 “새로운 사업모델을 통해 10년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기업에만 투자하는 게 원칙”이라며 “모바일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플랫폼 기업이라면 PBR의 20배라도 사야 한다”고 덧붙였다.

1987년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강 회장은 SK증권 쌍용투자증권 등에서 펀드매니저로 활동했다. 외환위기 때 투자금 1억원을 150억여원으로 불려 1999년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창업했고 2008년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2013년엔 스웨덴 자산운용업체인 맨티코어캐피털이 존 템플턴, 마크 모비우스 등과 함께 ‘세계의 최고 투자자 99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