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옥션이 오는 29일 홍콩 경매에 출품하는 김환기 화백의 ‘Ⅰ-1964’.
K옥션이 오는 29일 홍콩 경매에 출품하는 김환기 화백의 ‘Ⅰ-1964’.
아시아 미술시장의 ‘큰손’은 주로 중국 대만 홍콩 인도네시아 등 화교권 부호다. 중국에서는 영화계 거물 왕중쥔 화이브러더스 회장, 상하이 금융재벌 류이첸과 부인 왕웨이 룽미술관장,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다이즈캉 정다그룹 회장 등이 미술품 애호가로 알려졌다. 왕웨이 관장은 작년 6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 ‘푸른산’을 40여차례 경합 끝에 19억7995만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받아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지역 미술품 큰손들이 이번 주말 홍콩에 집결한다. 오는 28~30일 홍콩 크리스티가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아시아 근·현대미술품’(28~29일)과 ‘아시아 크리스티 창립 30주년 기념 세일’(30일) 경매를 잇달아 연다. 한국 서울옥션과 K옥션은 29일 홍콩 르네상스하버뷰호텔에서 나란히 경매 행사를 치른다. 이들 세 회사가 사흘간 벌이는 경매에는 자오키의 100억원대 그림을 비롯 국내외 작가 600여명의 작품 737점이 출품된다. 추정가 총액은 1600억원에 달한다. ‘아시아 경매 빅매치’에 아시아 슈퍼리치들이 베팅하는 돈은 13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오키의 100억원대 그림 출품

홍콩 크리스티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지역 인기 작가 작품 593점(1380억원)을 경매한다. 중국 근대화가 자오키의 1950년대 추상화 ‘녹색산’이 추정가 100억원대로 이번 경매 최고가에 도전한다. 왕하이칭의 ‘골드스톤’(61억원), 주태춘의 추상화 ‘№ 312’(58억원), 쩡판즈의 1992년작 ‘가면’(20억~30억원)도 새 주인을 찾는다.

한국 작가로는 정상화의 ‘무제’가 추정가 5억~8억원에 나오고 이성자의 ‘봄의 비행’(3억~4억원), 윤형근의 단색화(2억~4억원), 청바지 작가 최소영의 ‘눈 쌓인 풍경’(1억500만~3억원) 등 20여점이 출품된다.

◆단색화 전면에 내세워 홍콩 공략

서울옥션과 K옥션은 해외 컬렉터들이 흥분할 만한 국내외 유명화가 작품을 선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단색화에 매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김환기 정상화 박서보 이우환 윤형근 등의 수작을 전면에 내세웠다.

29일 오후 6시에 76점(161억원)을 경매하는 서울옥션은 전략 상품으로 김환기의 1971년작 ‘무제 3-V-71 #203’을 내놓는다. 김 화백이 1970년대 뉴욕시절 그린 걸작이다. 세련된 구성미와 격조 높은 조형성이 돋보인다. 1966년 색면 추상 작품인 ‘무제 27-7-66’ 등 김 화백 작품 석 점도 추가로 선보인다. 이우환의 1990년 대작 ‘바람’(10억원), 단색화가인 박서보의 묘법 ‘№ 34-81’(2억5000만원)도 내놓는다.

K옥션은 서울옥션과 같은 장소에서 세 시간 앞서 68점(98억원)을 경매에 부친다. 김환기가 미국 뉴욕에 머물 때 그린 ‘무제’를 최고가인 10억원에 출품했고, 홍콩 미술시장 단골 메뉴인 단색화가 작품을 30여점이나 포진시켰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홍콩 미술시장은 뉴욕과 런던에 이어 제3의 글로벌 마켓으로 급성장하면서 한 해 매출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미술품 거래에 따른 세금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화교권 슈퍼리치들이 홍콩에서 그림을 사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