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금수저 논란'에 쓴웃음 짓는 로스쿨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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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산책
“생활을 위한 마이너스 통장(한도대출)은 학생 대부분이 만들었고, 학자금 대출은 절반 이상이 받은 것 같습니다. 빚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다들 힘들게 사니까 불평하지 않으려고요.”
지방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2학년생인 임모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에 있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역삼동의 중소 로펌에 다니는 이모 변호사도 “로스쿨을 다니면서 진 빚만 1억원이 넘는다”며 “거창한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열심히 벌어 빚을 빨리 갚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로스쿨은 ‘금수저’만 입학해 다니는 것으로 인식되는 최근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증언이다. 최근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대로 떨어지면서 로스쿨 학생에겐 미래에 대한 극심한 불안감까지 더해졌다. 올해 수도권 소재 로스쿨에 입학한 박모씨는 “시험에 못 붙으면 억대의 빚을 진 ‘고학력 백수’가 되는 셈이어서 1학년 때부터 밤낮없이 공부하고 있다”며 “로스쿨 학생은 노력 없이 법조인이 된다는 세간의 인식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산더미 같은 책, 불안한 미래뿐만 아니라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과도 싸우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교육부가 최근 3년간 로스쿨 합격생 입학 과정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자기소개서에 “우리 아버지가 OO지방법원장”이라거나 “할아버지가 전직 대법관”이라고 쓰는 등 부모나 친인척의 직업을 적은 합격자가 적지 않았다. 대형 로펌의 대표변호사가 로스쿨 교수에게 전화해 입학 청탁을 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자기소개서에 적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음에도 이 같은 부정행위를 저지른 대학이 6곳이었다. 로스쿨과 로스쿨 교수들이 스스로의 신뢰를 갉아먹은 셈이다. 억대의 빚을 지면서 법조인의 꿈을 안고 입학한 학생들을 불안하게 한 책임은 ‘오락가락 정책’뿐 아니라 공정성이라는 원칙을 훼손한 이들에게도 물어야 한다. 그리고 로스쿨 교수와 대학은 사법시험 폐지를 주장하기 전에 자정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 신뢰 회복은 사시 폐지 논란을 떠나 로스쿨의 존재를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박한신 법조팀 기자 hanshin@hankyung.com
지방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2학년생인 임모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에 있는 로스쿨을 졸업하고 역삼동의 중소 로펌에 다니는 이모 변호사도 “로스쿨을 다니면서 진 빚만 1억원이 넘는다”며 “거창한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열심히 벌어 빚을 빨리 갚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로스쿨은 ‘금수저’만 입학해 다니는 것으로 인식되는 최근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증언이다. 최근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대로 떨어지면서 로스쿨 학생에겐 미래에 대한 극심한 불안감까지 더해졌다. 올해 수도권 소재 로스쿨에 입학한 박모씨는 “시험에 못 붙으면 억대의 빚을 진 ‘고학력 백수’가 되는 셈이어서 1학년 때부터 밤낮없이 공부하고 있다”며 “로스쿨 학생은 노력 없이 법조인이 된다는 세간의 인식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은 산더미 같은 책, 불안한 미래뿐만 아니라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과도 싸우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교육부가 최근 3년간 로스쿨 합격생 입학 과정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자기소개서에 “우리 아버지가 OO지방법원장”이라거나 “할아버지가 전직 대법관”이라고 쓰는 등 부모나 친인척의 직업을 적은 합격자가 적지 않았다. 대형 로펌의 대표변호사가 로스쿨 교수에게 전화해 입학 청탁을 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자기소개서에 적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있음에도 이 같은 부정행위를 저지른 대학이 6곳이었다. 로스쿨과 로스쿨 교수들이 스스로의 신뢰를 갉아먹은 셈이다. 억대의 빚을 지면서 법조인의 꿈을 안고 입학한 학생들을 불안하게 한 책임은 ‘오락가락 정책’뿐 아니라 공정성이라는 원칙을 훼손한 이들에게도 물어야 한다. 그리고 로스쿨 교수와 대학은 사법시험 폐지를 주장하기 전에 자정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 신뢰 회복은 사시 폐지 논란을 떠나 로스쿨의 존재를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박한신 법조팀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