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속에 연 수익률 5%가 예상되는 상가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11일 서울 왕십리뉴타운 상가 분양사무실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저금리 속에 연 수익률 5%가 예상되는 상가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11일 서울 왕십리뉴타운 상가 분양사무실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대우건설 등이 지난달 말 세종시 2-2생활권에서 내놓은 ‘메이저시티’(P블록) 단지 내 상가의 평균 낙찰가율(내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215%에 달했다. 세종시 아파트 공급이 줄을 잇고 있고 메이저시티 상가 물량도 78개(내정가 1억4000만~4억원)로 적지 않아 미분양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모두 고가에 ‘완판(완전판매)’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내정가 2억3000만원 짜리가 5억8552만원에 낙찰됐다”고 말했다.

[상가에 뭉칫돈 몰린다] 2억 예상한 세종시 상가 낙찰가 6억 육박…고양·천안도 '완판 행진'
상가시장에 유동성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등에서 입지 경쟁력을 갖춘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입찰 경쟁률은 수천 대 1을 넘어서고 있다. 소형 아파트 분양시장에 이어 단지 내 상가가 은퇴자 및 자산가들의 임대수익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가는 입지와 공급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변하는 만큼 주변 시장 여건을 꼼꼼히 살피는 게 필수라고 강조한다.

잇따르는 단지 내 상가 ‘완판’

올 들어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단지 내 상가 분양성적은 전반적으로 뛰어나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SK건설이 함께 짓는 서울 상왕십리동 센트라스아파트 점포 33개엔 360여명이 청약해 평균 11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현대건설이 서울 응암동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백련산 4차’ 점포 13개도 평균 낙찰가율 130%를 기록하며 조기 완판됐다. GS건설이 충남 천안에서 선보인 ‘북천안 자이에뜨’ 상가 17개엔 213명이 몰렸다.

LH가 지난달 경기 고양 삼송지구 A4블록에 공급한 개별 상가(근린생활시설)도 평균 낙찰가율이 180%에 달했다. 유수현 대우건설 건축마케팅팀장은 “웬만한 대단지 내 목 좋은 1층 상가는 투자자가 대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 완공을 6개월가량 앞두고 하던 단지 내 상가 분양 시기도 점점 빨라져 요즘은 아파트 분양 직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부터 단지 내 상가를 분양하는 단지도 크게 늘고 있다. 위례신도시(서울 송파구, 경기 성남·하남시),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 화성 동탄2신도시 등 수도권 주요 택지지구에서도 상가 분양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한 상가분양 전문가는 “전용 30㎡ 전후의 상가 분양가격이 서울 강북 5억원대, 강남 7억원대, 수도권 3억원대면 큰 어려움 없이 분양된다”고 말했다.

“입지·가격 체크 필수”

상가 분양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시중 부동자금은 90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별 기대수익률은 다소 차이가 난다. 서울 강남 등은 예상 수익률이 연 4%만 돼도 투자자가 몰리지만 경기와 인천은 연 5% 이상, 지방은 공실 가능성이 있어 연 6% 이상의 수익률이 나와야 투자자가 찾는다는 설명이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단지 내 상가와 택지지구 근린생활시설은 아파트 배후 수요를 갖춰 분양가격만 적당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 투자는 아파트에 비해 주의해야 할 점이 더 많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가격이 높거나 분양 면적이 크고 유동인구가 적은 대로변 상가는 일단 유의해야 한다. 입지 여건이 뛰어나도 가격이 너무 비싸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도시에서도 단기간에 공급이 쏟아지는 곳은 미분양 후유증을 겪는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상가는 주택처럼 거래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매입 당시 상권 활성화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며 “유동인구와 차량 동선, 주변 임대시세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