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자료까지 뒤져 계약서 입수, 위조 됐다는 증거 결국 찾아내
명도소송 거쳐 짭짤한 수익
전입신고가 말소기준권리인 은행 저당권보다 보름 정도 빨라 대항력은 있는데 확정일자를 뒤늦게 받아 해당 경매절차에서는 한 푼도 배당받지 못하는 임차인이 있었다.
임차인의 보증금은 1억원이었다. 대항력은 있으나 배당을 못 받으니 낙찰자가 1억원 전액을 떠안아야 하는 물건이었다. 시세는 감정가보다 낮아 1억3000만~1억4000만원 수준이었으므로 한 번 더 유찰돼야만 그나마 손해 없는 수준에서 낙찰받는 물건이었다. Y씨는 6100만원에 응찰해 단독으로 낙찰받았다.
Y씨의 의심은 처음에는 단순했다. 임차인이 전입신고한 때부터 너무 오랫동안 거주했다는 것과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차인의 전입신고 시점은 2003년 8월이었다. 10년 이상을 한자리에서 거주했다는 것이 미심쩍었다.
보증금이 1억원이나 되는 거액임에도 확정일자를 받지 않았다는 것 또한 의문이었다. 보통 공인중개사를 통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 확정일자를 받아주는 것도 서비스에 포함돼 있어 확정일자가 누락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사소한 정황이라도 의심의 끈을 놓지 마라.” 필자에게 배우면서 귀가 닳도록 들은 이 문구를 기억하고 있던 Y씨는 경매법원을 찾아갔다. 법원에 제출된 임대차계약서를 보면 뭔가 단서가 나올 것이라는 추측으로 경매계를 찾아갔지만 이해관계인 이외에는 열람, 복사할 수 없다는 실망스러운 답변만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러나 Y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유료 정보 사이트의 경매 기록을 살피다가 이 물건이 얼마 전 공매가 진행되다가 취하된 사실을 알아냈다. 공매를 주관하는 자산관리공사를 방문해 과거 공매자료를 보관하고 있는지 물었고 노력 끝에 당시 임차인이 제출한 임대차계약서를 입수했다.
임대차계약서상 임대인은 법인으로 돼 있었는데, 혹시나 해서 법인 주소지 항공사진을 띄워 보니 그 주소지에는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빌딩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임대차계약서 작성일은 2003년 8월께인데, 당시 임대인의 주소에는 최근에 지어진 이 빌딩 이름이 기재돼 있었다. 이 계약서는 임대차계약서에 기재된 작성일이 아니라 이 빌딩이 지어진 최근에 허위로 꾸며진 것으로 추정됐다.
그리고 또 하나. 계약서 예문에는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 제25조3항의 규정에 의거 중개대상…’이란 문구가 기재돼 있었는데,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은 과거 부동산중개업법을 바탕으로 새로 제정돼 2006년 1월30일부터 시행된 법으로 위 계약서상 계약일인 2003년 당시에는 이 법의 명칭조차 존재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가 위조된 것임을 확신한 Y씨는 좀 더 적극적으로 증거 수집에 들어갔다. 은행에 찾아가 저당권을 설정할 당시 임차인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한 결과 저당권설정계약서에 편철된 임대차관계 확인서에서 현재 임차인이 공사대금 대신 이 물건을 매물변제받아 실질적인 소유자로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저당권 설정 당시에는 임대차계약이 없었고 이후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해도 선순위 저당권이 존재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확신한 Y씨는 과감하게 응찰해 단독으로 낙찰받았다.
필자가 대리한 명도소송 1심에서 임차인은 1억원에서 한푼도 양보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대응했으나 워낙 쟁점이 분명한 터라 어렵지 않게 승소했다.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 큰소리치던 임차인은 사기죄 등 형사고소까지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인지라 항소를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명도를 해줬고 채 1년도 되지 않아 Y씨는 적지 않은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위장임차인이나 허위유치권이 신고된 물건은 사소한 의문이라도 그것이 해소될 때까지 의심의 끈을 놓지 않는 끈기와 상식의 틀을 벗어난 작은 상상력, 그리고 효율적인 임장 능력만 있으면 누구든 알찬 수익을 낼 수 있음을 명심하자.
정충진 <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