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천국 핀란드의 힘은 대학 창업…한국 교육 판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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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111주년 / 염재호 총장-콜라 헬싱키대 총장 대담
핀란드, 노키아 쇠퇴로 창업이 새 먹거리 떠올라
유럽 최대 벤처콘퍼런스, 알토대 창업동아리서 시작
고대, 개방형 토론장 '파이빌' 출범
24시간 아이디어 공유 가능해져
한국서 대학생 창업 DNA 심을 것
핀란드, 노키아 쇠퇴로 창업이 새 먹거리 떠올라
유럽 최대 벤처콘퍼런스, 알토대 창업동아리서 시작
고대, 개방형 토론장 '파이빌' 출범
24시간 아이디어 공유 가능해져
한국서 대학생 창업 DNA 심을 것
염재호 고려대 총장의 요즘 관심사는 올 9월에 문을 열 컨테이너형 다목적 건물 ‘파이빌(π-Ville)’이다. 24시간 열려있어 학생들이 언제든 창업을 포함한 각종 아이디어를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염 총장은 이곳을 한국 4차 산업혁명의 요람으로 조성할 작정이다.
파이빌은 창업 강국인 핀란드의 헬싱키대가 운영하는 아이디어 공작소인 ‘싱크컴퍼니’와 맥을 같이 한다. 유럽 최대 창업 콘퍼런스로 알려진 ‘슬러시(SLUSH)’도 핀란드 알토대 창업동아리가 모태다. 동아리 차원에서 2008년 처음 연 행사가 지금은 매년 1400여개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모이는 이벤트로 성장했다. 고려대 개교 111주년(5월5일)을 맞아 ‘한·중·일-노르딕-베네룩스 12개 대학 간 국제협의체(ENUC)’를 창설한 것을 기념해 염 총장과 유카 콜라 헬싱키대 총장이 대담을 했다. 두 총장은 “대학 교육이 나아갈 방향은 창업 인재 육성”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하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창조적 인재를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재호 총장=한국과 핀란드 경제가 처한 상황이 비슷합니다. 주력산업의 성장세가 둔화해 고용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핀란드도 과거 정보통신기술(ICT), 조선, 철강 등에서 소수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구축하고 있었죠. 그러다 노키아가 쇠퇴하면서 2010년 전후로 위기를 겪었습니다.
▷유카 콜라 총장=핀란드 역시 7~8년 전만 해도 대학생들이 노키아 등 대기업에 취업하는 걸 최대 목표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발맞추지 못한 노키아의 침체가 모든 걸 바꿔놨습니다. 일종의 터닝포인트였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나서야 했습니다. 실의에 빠진 대학생에게 창업 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창업교육 시스템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구축하고, 창업 동아리를 적극 지원했습니다. 슬러시도 시작은 알토대 학생들이 만든 자발적 창업동아리가 연 행사였습니다.
▷염 총장=창업 문화 형성에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합니다. 대학 교육은 완전히 바뀌어야 합니다.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만이 목표가 되도록 교육시켜서는 안 됩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알파고’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은 대학이 박제된 지식이 아니라 문제해결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제 학생들은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지난해 취임하면서 ‘개척하는 지성’을 교육 목표로 내세운 이유입니다.
▷콜라 총장=헬싱키대는 학생과 연구자들의 새로운 창업아이템 구상을 장려하기 위해 일종의 창업공작소인 ‘싱크컴퍼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5년차를 맞았습니다. 창업에 뜻이 있는 학생 5~10명이 모여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누고 비즈니스 경험이 있는 멘토를 만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인문대학에서 이를 가장 먼저 시작했습니다. 모든 학문의 기초이자 창업자적 정신이 가장 필요한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염 총장=고려대가 추진 중인 ‘파이빌’이 ‘싱크컴퍼니’와 비슷합니다. 회의와 제품제작 등이 가능한 펜트하우스와 오픈 스튜디오, 카페 등을 갖춰 ‘날것’ 그대로의 아이디어가 충돌과 빅뱅을 이루게 할 것입니다. 꼭 당장 상업화해 돈을 벌 수 있는 아이디어만 다루진 않을 겁니다. 이곳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할 장이기도 합니다.
▷콜라 총장=생산적인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창업은 학생들 스스로가 재미를 느끼고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고 생각하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디어를 나눌 때 꽃을 피웁니다.
▷염 총장=지난해 6월 교내 창업아이템 경진대회를 열었는데 28개팀이 도전했습니다. 식물관리 서비스 어플리케이션, 개인 의류관리 및 코디 통합 서비스 등의 아이템이 눈에 띄더군요. 창업이 특출나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더 많은 학생이 체험하게 될 겁니다.
▷콜라 총장=창업은 문화가 돼야 합니다. 실패한 사람에게도 파티를 열어주는 ‘실패 장려’도 매우 필요합니다.
▷염 총장=핀란드는 복지제도가 탄탄하지만 한국은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편입니다. 학생들이 아직 창업보다 대기업 취업을 선호하는 건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의 영향이 큽니다.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더 활발하게 위험을 감수할 것입니다.
염재호 총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정치학 박사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고려대 국제교육원장, 고려대 행정대외부총장 △한국정책학회장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장 △기획재정부 공공기관평가단장
유카 콜라 총장은
△핀란드 헬싱키대 농업정책학 박사 △헬싱키대 농업정책학과 교수 △헬싱키대 경제경영학부장, 농·임업대학장, 부총장 △핀란드 교육문화부 평생교육협의회 부회장 △핀란드 교육문화부 학생선발개혁위원회원
정리=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파이빌은 창업 강국인 핀란드의 헬싱키대가 운영하는 아이디어 공작소인 ‘싱크컴퍼니’와 맥을 같이 한다. 유럽 최대 창업 콘퍼런스로 알려진 ‘슬러시(SLUSH)’도 핀란드 알토대 창업동아리가 모태다. 동아리 차원에서 2008년 처음 연 행사가 지금은 매년 1400여개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모이는 이벤트로 성장했다. 고려대 개교 111주년(5월5일)을 맞아 ‘한·중·일-노르딕-베네룩스 12개 대학 간 국제협의체(ENUC)’를 창설한 것을 기념해 염 총장과 유카 콜라 헬싱키대 총장이 대담을 했다. 두 총장은 “대학 교육이 나아갈 방향은 창업 인재 육성”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하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창조적 인재를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재호 총장=한국과 핀란드 경제가 처한 상황이 비슷합니다. 주력산업의 성장세가 둔화해 고용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핀란드도 과거 정보통신기술(ICT), 조선, 철강 등에서 소수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구축하고 있었죠. 그러다 노키아가 쇠퇴하면서 2010년 전후로 위기를 겪었습니다.
▷유카 콜라 총장=핀란드 역시 7~8년 전만 해도 대학생들이 노키아 등 대기업에 취업하는 걸 최대 목표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발맞추지 못한 노키아의 침체가 모든 걸 바꿔놨습니다. 일종의 터닝포인트였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나서야 했습니다. 실의에 빠진 대학생에게 창업 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창업교육 시스템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구축하고, 창업 동아리를 적극 지원했습니다. 슬러시도 시작은 알토대 학생들이 만든 자발적 창업동아리가 연 행사였습니다.
▷염 총장=창업 문화 형성에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합니다. 대학 교육은 완전히 바뀌어야 합니다.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만이 목표가 되도록 교육시켜서는 안 됩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알파고’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은 대학이 박제된 지식이 아니라 문제해결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제 학생들은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지난해 취임하면서 ‘개척하는 지성’을 교육 목표로 내세운 이유입니다.
▷콜라 총장=헬싱키대는 학생과 연구자들의 새로운 창업아이템 구상을 장려하기 위해 일종의 창업공작소인 ‘싱크컴퍼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5년차를 맞았습니다. 창업에 뜻이 있는 학생 5~10명이 모여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누고 비즈니스 경험이 있는 멘토를 만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인문대학에서 이를 가장 먼저 시작했습니다. 모든 학문의 기초이자 창업자적 정신이 가장 필요한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염 총장=고려대가 추진 중인 ‘파이빌’이 ‘싱크컴퍼니’와 비슷합니다. 회의와 제품제작 등이 가능한 펜트하우스와 오픈 스튜디오, 카페 등을 갖춰 ‘날것’ 그대로의 아이디어가 충돌과 빅뱅을 이루게 할 것입니다. 꼭 당장 상업화해 돈을 벌 수 있는 아이디어만 다루진 않을 겁니다. 이곳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할 장이기도 합니다.
▷콜라 총장=생산적인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창업은 학생들 스스로가 재미를 느끼고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고 생각하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디어를 나눌 때 꽃을 피웁니다.
▷염 총장=지난해 6월 교내 창업아이템 경진대회를 열었는데 28개팀이 도전했습니다. 식물관리 서비스 어플리케이션, 개인 의류관리 및 코디 통합 서비스 등의 아이템이 눈에 띄더군요. 창업이 특출나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더 많은 학생이 체험하게 될 겁니다.
▷콜라 총장=창업은 문화가 돼야 합니다. 실패한 사람에게도 파티를 열어주는 ‘실패 장려’도 매우 필요합니다.
▷염 총장=핀란드는 복지제도가 탄탄하지만 한국은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편입니다. 학생들이 아직 창업보다 대기업 취업을 선호하는 건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의 영향이 큽니다.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더 활발하게 위험을 감수할 것입니다.
염재호 총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정치학 박사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고려대 국제교육원장, 고려대 행정대외부총장 △한국정책학회장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장 △기획재정부 공공기관평가단장
유카 콜라 총장은
△핀란드 헬싱키대 농업정책학 박사 △헬싱키대 농업정책학과 교수 △헬싱키대 경제경영학부장, 농·임업대학장, 부총장 △핀란드 교육문화부 평생교육협의회 부회장 △핀란드 교육문화부 학생선발개혁위원회원
정리=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