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알면 김빠진다…탄산수 가격의 비밀
국내 탄산수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제조원가보다 과도하게 비싼 탄산수 가격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탄산수의 원재료는 대부분 정제수와 탄산가스로 특별할 것이 없는 데다 영양성분이 거의 함유돼 있지 않아 일반 생수보다 가격이 크게 비쌀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싼 가격 탓에 집에서 탄산수를 제조해 먹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3년간 네 배 성장한 탄산수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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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탄산수 시장은 최근 3년간 빠르게 성장했다. 2013년 200억원, 2014년 400억원이던 국내 탄산수 판매액은 8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이마트에서만 50여종의 탄산수를 판매하고 있다. 작년 이마트의 탄산수 매출은 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97.8% 급증했다. 편의점에서 탄산수를 사는 소비자도 크게 늘었다. CU편의점에 따르면 올 1분기 탄산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2% 증가했다. 2013년 59.7%, 2014년 195.2%, 작년 123.9%로 최근 3년간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탄산수 가격은 일반 생수보다 훨씬 비싸다. 롯데칠성음료의 일반 생수인 아이시스8.0(500mL)이 편의점에서 850원에 판매되는 데 비해 탄산수 트레비는 똑같은 용량이 두 배 비싼 1600원에 팔리고 있다.

탄산수 제조업체들은 수원지와 제조공정이 일반 생수와 다르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차별화 전략에 따라 고급 용기를 쓰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간다고 한다. 하지만 제조원가보다 지나치게 비싸다는 불만도 나온다.

◆100mL당 수입원가 99.2원

쉿! 알면 김빠진다…탄산수 가격의 비밀
탄산수는 보통 천연 광천수나 정제수에 탄산가스를 주입해 제조한다. 천연 광천수는 자연환경에서 오랜 기간 미네랄 성분이 용해돼 암석 틈에서 분출되는 물이고, 정제수는 증류나 정제 과정을 거쳐 이물질과 미네랄이 거의 없는 순수한 물이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에서 발표한 탄산수 원재료 성분을 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탄산수는 정제수와 탄산가스로만 이뤄져 있다.

국내 탄산수 업체가 제조원가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마진을 얼마나 남기는지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해외에서 들여오는 탄산수 수입원가를 통해 일정 부분 추정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4년 탄산수는 6381t이 571만2145달러에 수입됐다. 당시 환율 최고가인 달러당 1115원을 적용하고 100mL당 수입액을 계산해보면 탄산수 수입원가는 100mL당 평균 99.2원이다. 수입회사가 보통 100원이 좀 안 되게 들여온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용기 가격이 포함돼 있다.

국내 업체들이 내놓은 탄산수의 100mL당 판매가를 환산해보면 트레비 320원, 씨그램(코카콜라) 371원, 디아망(하이트진로음료) 371원이다. 수입 탄산수의 100mL당 판매가는 훨씬 더 비싸다. 페리에(프랑스)는 654원, 바두아(프랑스)는 1212원이고, 이드록시다즈(프랑스)는 2200원이다. 제조원가는 수입원가(평균 99.2원)보다 낮기 때문에 국내 탄산수 업체들은 적어도 제조원가의 세 배 이상, 수입회사는 여섯 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가를 정하는 것이다.

탄산수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탄산수가 정제수에 탄산가스를 주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업체 간 맛의 차별성을 두기가 어렵다”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려는 마케팅을 펼치다보니 가격이 비싸게 책정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탄산수 제조 셀프족 늘어

비싼 가격 탓에 가정에서 직접 탄산수를 제조해 먹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 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용 탄산수제조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2014년 138% 성장한 데 이어 다시 한번 두 자릿수 성장률을 나타냈다. 옥션 관계자는 “탄산수를 사먹는 것보다 가격이 싸고 탄산 양을 원하는 만큼 조절할 수 있어 인기”라고 말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