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수출파워 세계를 연다] 70번의 실패서 배웠다…옥수수 소재 식기로 미국 시장 뚫은 이마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 철저한 현지화가 K쇼핑 성공비결
미국 소비자 '친환경 중시' 주목…아마존에 납품
"멕시코엔 민트색 프라이팬, 터키에는 양면팬"
유통사가 직접 '제품 컨설팅'…중기 수출 도와
미국 소비자 '친환경 중시' 주목…아마존에 납품
"멕시코엔 민트색 프라이팬, 터키에는 양면팬"
유통사가 직접 '제품 컨설팅'…중기 수출 도와
2013년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세운 이마트는 한국 상품 수출을 위한 시장조사를 통해 유아나 어린이가 사용하는 생활용품을 첫 수출 전략 상품군으로 정했다. 일반 물병과 보온병, 식기류 등을 잇따라 선보였지만 결과는 매번 실패였다. 가장 대중적인 상품이어서 판매가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존 제품과 차별화가 안 돼 오히려 판촉이 어려웠다. 지난해까지 실패작이 70개로 늘어났다.
중소기업 새샘이 생산해 이마트 자체 브랜드(PB)로 판매 중인 친환경 유아용 식판과 수저 등이 눈에 들어온 것이 이 무렵이다. 미국 소비자가 ‘친환경 이슈’에 민감하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마트는 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100% 옥수수로 만든 식기를 수출할 것을 새샘에 제안했다. 일반 식기류보다 1.5배 비싸지만 금방 입소문이 났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부터 이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하고 있다.
오동열 이마트아메리카 팀장은 “70번의 실패 끝에 현지인이 원하는 제품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며 “판매를 늘리기 위해 미국인 산업디자이너에게 제품을 맡겨 미국 아이들의 식습관에 맞는 형태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가 중기 제품 컨설팅
유통업체들이 중소기업 수출을 돕는 ‘제품 컨설팅 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개별 중소기업 차원에서 하기 어려운 시장조사를 진행해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활용해 다양한 수출 전략을 제안하는 것이다. 수요를 찾아 수출로 연결하는 단순한 컨설팅뿐 아니라 현지인의 취향에 맞도록 디자인해주거나 제품 구성을 바꾸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도 펼치고 있다.
국가별 컨설팅이 가장 빛을 발한 품목은 ‘프라이팬’이다. CJ오쇼핑은 멕시코에서 민트색 프라이팬을 팔고 있다. 프라이팬은 주로 초콜릿색 등 어두운 색이 많다. 불에 그을린 자국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을 소비자들이 선호해서다. 하지만 멕시코 소비자는 달랐다.
CJ오쇼핑의 소비자 조사에서는 하늘색과 민트색 등 파스텔톤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색감을 중시하는 멕시코 소비자들은 처음 봤을 때 예쁜 디자인과 색상의 제품을 사겠다고 했다. 주방용품 제조사인 PN풍년은 CJ오쇼핑의 제안에 따라 멕시코 전용 민트색 프라이팬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12억원어치가 팔렸다.
태국에서는 한국에서 주로 쓰는 납작한 프라이팬이 인기가 없었다. 팔팔 끓는 물이나 기름에 데치는 태국 요리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홈쇼핑 업체들은 이를 파악하고 주방용품 업체들과 함께 안이 움푹 들어간 웍(wok)을 태국 전용 상품으로 개발했다. 이 제품은 곧 인기 상품이 됐다. 국물 요리가 많은 베트남에서는 냄비, 구이 요리가 많은 터키에선 양면 팬 세트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다.
국가별 특성에 맞는 제품 개발
날씨 특성을 보고 제품을 개발한 사례도 있다. GS홈쇼핑과 CJ오쇼핑은 날씨가 더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냉풍기로 대박을 냈다. 도심 아파트나 고층 빌딩에는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만 소득 수준이 낮은 농어촌 집들은 그렇지 않은 점을 간파해 냉풍기 생산을 제안했다. 한국에서 선풍기를 생산하는 업체들에 냉풍기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대형마트들은 신선식품 코너의 진열 방식을 현지 맞춤형으로 바꿨다. 롯데마트 호찌민점의 수산물과 축산물 코너에는 손질하지 않은 고기와 생선이 진열돼 있다. 롯데마트는 베트남 사람들이 신선도를 보기 위해 식품류를 직접 만져보고 싶어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홍원식 롯데마트 베트남사업부문장은 “개별 포장한 제품보다 통째로 놓고 만져볼 수 있는 제품의 매출이 두 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유통업체의 제품 컨설팅은 한국 상품이 자리 잡지 못한 신시장일수록 더 활발하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접근 가능한 정보가 거의 없는 중남미 시장에서 유통업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윤승로 CJ오쇼핑 글로벌사업본부장은 “화장품, 생활용품, 주방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유통하면서 시장에 관한 정보를 쌓고, 이를 협력사와 공유해 한국 상품이 중남미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멕시코시티=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중소기업 새샘이 생산해 이마트 자체 브랜드(PB)로 판매 중인 친환경 유아용 식판과 수저 등이 눈에 들어온 것이 이 무렵이다. 미국 소비자가 ‘친환경 이슈’에 민감하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마트는 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100% 옥수수로 만든 식기를 수출할 것을 새샘에 제안했다. 일반 식기류보다 1.5배 비싸지만 금방 입소문이 났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부터 이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하고 있다.
오동열 이마트아메리카 팀장은 “70번의 실패 끝에 현지인이 원하는 제품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며 “판매를 늘리기 위해 미국인 산업디자이너에게 제품을 맡겨 미국 아이들의 식습관에 맞는 형태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가 중기 제품 컨설팅
유통업체들이 중소기업 수출을 돕는 ‘제품 컨설팅 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개별 중소기업 차원에서 하기 어려운 시장조사를 진행해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활용해 다양한 수출 전략을 제안하는 것이다. 수요를 찾아 수출로 연결하는 단순한 컨설팅뿐 아니라 현지인의 취향에 맞도록 디자인해주거나 제품 구성을 바꾸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도 펼치고 있다.
국가별 컨설팅이 가장 빛을 발한 품목은 ‘프라이팬’이다. CJ오쇼핑은 멕시코에서 민트색 프라이팬을 팔고 있다. 프라이팬은 주로 초콜릿색 등 어두운 색이 많다. 불에 그을린 자국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을 소비자들이 선호해서다. 하지만 멕시코 소비자는 달랐다.
CJ오쇼핑의 소비자 조사에서는 하늘색과 민트색 등 파스텔톤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색감을 중시하는 멕시코 소비자들은 처음 봤을 때 예쁜 디자인과 색상의 제품을 사겠다고 했다. 주방용품 제조사인 PN풍년은 CJ오쇼핑의 제안에 따라 멕시코 전용 민트색 프라이팬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12억원어치가 팔렸다.
태국에서는 한국에서 주로 쓰는 납작한 프라이팬이 인기가 없었다. 팔팔 끓는 물이나 기름에 데치는 태국 요리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홈쇼핑 업체들은 이를 파악하고 주방용품 업체들과 함께 안이 움푹 들어간 웍(wok)을 태국 전용 상품으로 개발했다. 이 제품은 곧 인기 상품이 됐다. 국물 요리가 많은 베트남에서는 냄비, 구이 요리가 많은 터키에선 양면 팬 세트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다.
국가별 특성에 맞는 제품 개발
날씨 특성을 보고 제품을 개발한 사례도 있다. GS홈쇼핑과 CJ오쇼핑은 날씨가 더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냉풍기로 대박을 냈다. 도심 아파트나 고층 빌딩에는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만 소득 수준이 낮은 농어촌 집들은 그렇지 않은 점을 간파해 냉풍기 생산을 제안했다. 한국에서 선풍기를 생산하는 업체들에 냉풍기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대형마트들은 신선식품 코너의 진열 방식을 현지 맞춤형으로 바꿨다. 롯데마트 호찌민점의 수산물과 축산물 코너에는 손질하지 않은 고기와 생선이 진열돼 있다. 롯데마트는 베트남 사람들이 신선도를 보기 위해 식품류를 직접 만져보고 싶어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홍원식 롯데마트 베트남사업부문장은 “개별 포장한 제품보다 통째로 놓고 만져볼 수 있는 제품의 매출이 두 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유통업체의 제품 컨설팅은 한국 상품이 자리 잡지 못한 신시장일수록 더 활발하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접근 가능한 정보가 거의 없는 중남미 시장에서 유통업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윤승로 CJ오쇼핑 글로벌사업본부장은 “화장품, 생활용품, 주방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유통하면서 시장에 관한 정보를 쌓고, 이를 협력사와 공유해 한국 상품이 중남미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멕시코시티=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