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스피스
조던 스피스
‘2인자’ 조던 스피스(미국)는 지난해 5월 열린 ‘제5의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잊지 못한다. ‘새 황제의 등극’을 알렸던 마스터스를 제패한 지 한 달도 안돼 출전한 이 대회에서 예선 탈락의 쓴맛을 봤기 때문이다. 3오버파를 친 초반 부진을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마스터스 우승에 취해 감각을 잃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1인자’ 제이슨 데이(호주)의 기억은 더 끔찍하다. 첫날 3언더파를 쳤으니 출발은 좋았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9오버파 81타를 치며 ‘아마추어처럼’ 무너졌다. 충격은 그 다음주 열린 메모리얼토너먼트 예선 탈락이라는 악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두 번의 커트 탈락이 이때 다 쏟아졌다. 올해 플레이어스에 출전하는 이들 ‘빅2’가 “명예회복이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배경이다.

◆1인자 가리기 ‘명예전쟁’

제이슨 데이
제이슨 데이
우승상금 180만달러(약 21억원)를 차지하는 것은 녹록지 않다. 같은 목표를 가진 두 최강자가 초반부터 격돌한다. 10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 대회사무국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개막하는 2016 대회 1, 2라운드에서 데이와 스피스는 같은 조에서 맞붙는다. 최강끼리 한 조에 묶이면 둘 다 성적이 좋게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 스피스는 물론 데이도 피하고 싶은 대전이다.

더 큰 부담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소그래스TPC스타디움코스(파72·7215야드)다. 스피스에겐 17번홀(파3)이 더 찜찜하다. 지난 마스터스 대회에서 쿼드러플 보기로 우승을 날린 오거스타내셔널CC 아멘코너의 12번홀(파3)과 비슷해서다. 소그래스TPC 17번홀과 오거스타의 12번홀은 모두 ‘물과의 사투’를 벌여야 하는 곳이다. 각각 137야드, 155야드의 짧은 파3홀이지만 티잉그라운드에서 보면 그린이 손바닥처럼 작게 느껴지고, 바람만 살짝 불어도 공을 물속에 집어넣는 ‘퐁당쇼’를 연출하기 십상이다. 스피스는 오거스타내셔널 12번홀에서 두 번이나 볼을 물에 빠뜨렸다. 명예회복 여부가 17번홀 정복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피스는 “마스터스처럼 경기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장타왕들 “내가 더 잘나가”

‘장타 대왕’들도 제대로 만났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버바 왓슨(미국), 더스틴 존슨(미국)이 한 조로 묶였다. 존슨이 308.6야드로 4위에 올라있고, 왓슨이 308야드로 5위다. 매킬로이가 305.2야드(10위)로 이 중에는 ‘짤순이’급에 속한다. 물론 드라이버 정확도는 셋 다 꼴찌급이다. 가장 멀리 치는 존슨의 페어웨이 적중률이 54.55%로 177위다. 완벽한 피니시를 구사하는 매킬로이도 공이 날아가 떨어진 곳 절반가량이 러프였다. 적중률 133위(58.57%). 그나마 왓슨이 123위(59.06%)로 낫다.

최근 상승 기류를 만난 ‘K브러더스’ 중에는 이달 초 취리히클래식에서 첫 승을 놓친 안병훈(25·CJ그룹)이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당시 연장전에서 어이없이 뒤땅을 치지만 않았어도 우승컵은 그의 몫이 됐을 수도 있었다. 그 아픈 경험이 큰 대회를 감당할 ‘쓴 약’이 됐다. 그는 “PGA 투어에서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코리안 탱크’ 최경주(46·SK텔레콤)에게도 이번 대회는 각별하다. 그는 2011년 이 대회 우승자다. 갈수록 힘이 빠지는 듯한 그가 ‘어게인 2011’을 연출할지가 관심거리다. 대기자로 분류됐던 김시우(21·CJ오쇼핑)가 일부 상위 랭커들이 불참하는 덕에 출전권을 잡는 행운을 얻었다. 웰스파고챔피언십에서 투어 2승을 따낸 제임스 한(35)도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해 대회 2라운드까지 선두로 나섰다가 뒷심 부족으로 6위에 그친 케빈 나(33)도 아쉬움을 덜어낼 호기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