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텅 빈 매장 >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긴 서울 광진구 SK워커힐 면세점에 직원들만 매장을 지키고 있다. 이 면세점은 10일까지만 물건을 판매하고 오는 16일 영업을 종료한다. 연합뉴스
< 텅 빈 매장 >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긴 서울 광진구 SK워커힐 면세점에 직원들만 매장을 지키고 있다. 이 면세점은 10일까지만 물건을 판매하고 오는 16일 영업을 종료한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광장동 워커힐 면세점. 지하 1층 입구에 들어서자 텅 빈 판매대가 눈에 들어왔다. 홍삼 브랜드 정관장은 상품과 직원 모두 철수했고 구찌, 오클리 등이 입점해 있던 선글라스 코너에는 손님 응대보다 재고 정리하는 직원들이 더 많았다. 워커힐 면세점이 오는 16일 영업 중단을 앞두고 10일까지만 상품 판매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문 닫을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화장품 매대 직원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고용 문제였다. 한 잡화 브랜드 판매사원은 “회사에서는 다른 매장에서 일할 것을 제안했지만 출퇴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SK, 본사 직원은 고용 승계

SK 워커힐 면세점 10일까지만 판매…700여명 고용유지 불투명
워커힐 면세점은 지난 4일 고객들에게 영업 중단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10일까지만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며 물건 인도는 오는 16일까지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워커힐 면세점은 1992년 문을 연 뒤 24년간 같은 자리에서 영업해 왔다. 연 매출이 3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면세점 사업권을 잃은 뒤 두 번의 영업 연장 끝에 오는 16일 최종적으로 문을 닫는다.

워커힐 면세점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는 본사 직원의 경우 100% 고용 승계를 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190명의 직원 중 두산 등 신규 면세점으로 이직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은 면세사업부에 남아 연말 특허심사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입점 브랜드들이 고용한 판매사원 700여명의 거취는 불분명하다. 한 잡화 브랜드는 워커힐 면세점에서 철수하면서 해당 인력을 여의도와 용산에 새로 문을 연 면세점에 재배치했지만 고용 지속 여부를 고민 중이다. 이 회사 대표는 “직원들에게 교통비를 지원하며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데 얼마나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는 원칙적으로 이들의 고용에 대한 책임은 없다. SK네트웍스는 “입점 브랜드 직원은 면세점 본사와 고용계약을 맺고 있지는 않다”며 “면세점 영업을 중단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구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는 올 연말로 예정돼 있는 면세점 특허 심사 통과를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특허를 다시 얻지 못한 상황에서 계획을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한두 달은 버티겠지만 …”

워커힐 면세점과 함께 사업권을 잃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도 상황이 비슷하다. 월드타워점은 다음달 30일 영업 종료를 앞두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월드타워점이 문을 닫으면 파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월드타워점은 워커힐 면세점보다 매출이 두 배 많고, 고용 인원도 1300명에 이른다.

월드타워점에서 가방 브랜드 라빠레뜨 등을 운영하고 있는 유앤아이컴퍼니의 박소진 사장은 “면세점이 문을 닫는다고 직원들을 즉시 해고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1~2개월이 한계일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신규 면세점이 문을 열면 그곳으로 직원들을 이동시키면 되지 않냐는 말을 하지만 매출 규모가 달라 쉽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용산과 여의도 신규 면세점 두 곳의 매출을 합쳐도 월드타워점보다 적기 때문에 직원 수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관세청이 면세점 특허를 추가로 내주기로 통 크게 결정한 만큼 최소 6개월로 예정된 특허 심사 기간도 앞당겨 입점 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