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1일 오후 4시45분

정부가 연내 서울 시내면세점 네 곳을 추가 선정하기로 함에 따라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어’로 꼽히는 호텔롯데 상장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호텔롯데는 이르면 6월, 늦어도 7월에 상장을 마무리하기 위해 면세점 사업을 포함한 기업가치 평가 작업에 들어갔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지난해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잃은 호텔롯데가 다시 특허를 취득하면 20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마켓인사이트] 호텔롯데, 면세점 호재 업고 상장 '급물살'
○면세점 추가 선정 ‘호재’

호텔롯데는 지난달 29일 관세청의 시내면세점 사업자 추가 선정 계획이 나온 뒤 대표 상장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와 본격적으로 상장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지난 1월28일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상장예비심사 통과 후 6개월 이내에 상장을 완료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7월 말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해야 한다. 5월 말~6월 초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6월 말~7월 초에 상장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면세점 추가 선정 방침으로 호텔롯데는 오는 12월 롯데월드타워 완공에 맞춰 면세점을 열 기회를 얻게 됐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부활은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호텔롯데의 지난해 매출 가운데 면세점사업 비중이 84.3%에 달하는 데다 시내면세점 매출이 최근 5년간 연평균 2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호텔롯데가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이 활용한 영업가치 산정법을 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 가치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보다는 현금흐름 창출력을 보여주는 기업가치 배수(EV/EBITDA)를 적용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제일모직은 2014년 상장 당시 PER이 아니라 EV/EBITDA를 적용, 현금흐름으로 가치를 평가받았다.

이 산정법을 적용했을 때 호텔롯데 기업가치는 총 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IB업계의 추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호텔롯데의 영업이익과 감가상각비를 고려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4993억원. 상장 기업인 경쟁사 호텔신라의 지난해 기업가치 배수 24배를 곱하면 영업가치만 12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지난해 말 기준 호텔롯데의 지배 지분 가치 5조원, 상장 때 신주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4조~5조원을 더하면 전체 기업가치는 20조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상장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의 성주완 IPO부장은 “면세점 사업자를 추가 선정한다는 정부 방침이 호텔롯데 기업가치 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제일모직 공모 때 적용했던 영업가치 산정법을 참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면세점 특허기간 연장도 긍정적

전문가들은 정부가 면세점 특허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기로 한 것도 호텔롯데의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특허기간 10년 연장에다 추가 사업자 선정 방침까지 이어짐에 따라 기존 면세점 사업자인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롯데가 특허 수수료, 공항 임대료, 영업이익률 등에서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지난해 면세점 부문(시내면세점+출국장면세점) 영업이익률은 8.7%로 호텔신라(5.7%) SK워커힐(-0.5%) 동화면세점(-0.5%)보다 높았다.

한 대형 증권사 IB본부 관계자는 “공모 5조원, 기업가치 20조원 수준의 호텔롯데가 올해 IPO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밥캣 넷마블게임즈 등 대어들도 올해 상장을 앞두고 있어 공모주 열풍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