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28일 오후 4시

[마켓인사이트] AA급 회사채 쓸어담는 국민연금
국민연금이 이달 들어 신용등급 AA급(AA+, AA0, AA-)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국채나 특수채(공사가 발행하는 회사채)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금리가 높은 회사채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포스코(신용등급 AA+)가 3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지난 25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서 모집액의 절반인 15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이례적으로 대량 매수 주문을 낸 뒤 다른 기관투자가의 추종 매수세가 붙으면서 모집액의 세 배가 넘는 1조500억원이 몰렸다”며 “그 결과 발행 금리도 애초 예상보다 낮은 연 1.755%(3년 만기 기준)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지난 한 달간 국민연금은 롯데쇼핑 GS칼텍스 에쓰오일(이상 AA+) 대한통운(AA-)이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벌인 수요예측에서도 각각 1300억원, 800억원, 900억원, 5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넣었다.

국민연금은 작년 7월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 사태 이후 회사채 투자를 자제해왔다. 그해 3월 대우조선해양(발행 당시 A+)이 발행한 회사채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가 100억원에 가까운 대규모 평가손실을 입은 경험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투자 잔액(268조6000억원) 중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12.1%다.

그러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올 들어 연 1.4%대까지 떨어지는 등 저금리 기조가 심화되자 다시 회사채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투자 수익률은 작년 연 4.4%에서 올해 1월 말 3.3%까지 떨어졌다.

기관투자가 중 투자 성향이 가장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국민연금은 A급 이하 회사나 AA급 중에서도 등급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회사채에는 여전히 손을 대지 않고 있다. 28일 76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 롯데케미칼은 ‘AA+’ 등급을 받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수요예측 때 매수 주문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