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고셔병 전문가 아리 짐란 박사 "고셔병, 완치 못해도 증상 완화 치료법 있다"
지난 2월 종영한 SBS 드라마 ‘애인있어요’에서는 주인공 딸이 고셔병이라는 희귀질환에 걸린 상황이 그려졌다. 고셔병은 효소 결핍에 의해 일어나는 유전병으로 빈혈, 간 비대증, 성장 지연, 신경계 기능 장애 등이 나타난다.

세계적으로 고셔병 대가로 손꼽히는 아리 짐란 박사(사진)는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고셔병은 완치할 수 있는 병은 아니지만 증상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개발됐다”고 말했다. 짐란 박사가 근무하는 샤아르제덱메디컬센터는 이스라엘에 있는 세계 최대 고셔병 치료 센터다. 약 300명의 고셔병 환자가 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짐란 박사는 이곳의 고셔병 클리닉 책임자로, 최근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유전성 대사질환 학회 참석차 방한했다.

고셔병은 5만~10만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 인종별로 따져보면 유대인 중에서도 특정 집단(아쉬카나지 유대인)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한국에서는 고셔병으로 인한 신경계 퇴행 사망률이 10~20대에서 비교적 높게 나타난다.

짐란 박사는 “고셔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졌다 하더라도 모든 자녀가 고셔병에 걸리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셔병은 열성 유전으로 두 쌍의 돌연변이 고셔 유전자가 있어야 발현된다. 짐란 박사는 “양쪽 부모가 모두 보인자라 하더라도 맨델의 유전법칙을 고려하면 열성 유전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병이 발현될 확률은 25%”라며 “환자와 보인자가 결혼해도 실제 질환에 걸리는 확률은 50%”라고 말했다.

짐란 박사는 “유대인들은 고셔병 유병률이 높아 결혼 전에 건강검진을 통해 고셔병 발병 유전자가 있는지 확인한다”며 “하지만 대부분 증상이 나타난 뒤에야 고셔병을 진단받는다”고 했다. 고셔병에 걸리면 혈소판이 부족하기 때문에 출혈이 멎지 않는다. 비장이 커지는 것도 고셔병의 흔한 증상이다. 어린이는 복부 팽만, 복부 불편함 등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뼈가 아픈 골통(骨痛)을 호소하기도 한다. 짐란 박사는 “뼈가 아플 때는 다른 질환으로 착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무릎 아래 쪽은 급성 염증이나 골염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는 고셔병 환자가 많다. 이 때문에 환자 대부분이 뇌전증이나 발작으로 처음 병원을 찾는다. 짐란 박사는 “보통 출혈이나 복부 팽만은 고셔병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데 의사들이 반드시 이를 염두에 두고 진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