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UN까지 나선 '가습기 사망'…정부는 '쉬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부, 포털 관련정보 삭제
UN, 2월 한국에 질의서 보내…정부, 구체적 답변 내용 '함구'
본지 취재에 22일 게시물 없애
환경부 대응도 '미적미적'
사망사건 2년 지나 조사 착수…인과관계 확인 168명만 지원
환경단체 "정부 책임 물어야"
UN, 2월 한국에 질의서 보내…정부, 구체적 답변 내용 '함구'
본지 취재에 22일 게시물 없애
환경부 대응도 '미적미적'
사망사건 2년 지나 조사 착수…인과관계 확인 168명만 지원
환경단체 "정부 책임 물어야"
UN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환경부 등 한국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고 나선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UN은 지난 2월 이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책임 범위를 묻는 질의서를 외교부에 보냈고, 정부는 외교부 명의로 지난 20일 답변서를 UN에 제출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UN 측에서 가습기 사망 사건에 대한 우리 정부의 해명 자료를 요구해 답변 자료를 보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대한민국 정보공개포털(www.open.go.kr)에 올렸던 관련 정보를 지난 22일 삭제했다.
○UN, “한국 정부 조치 불충분”
UN은 지난해 10월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피해자들을 대하는 한국 정부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당시 방한한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바스쿠트 툰칵 유해물질·폐기물 특별보고관은 피해자와 정부 측 조사가 끝난 뒤 “한국 정부가 피해 구제를 위한 인과관계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지우고 있으며 비슷한 비극을 막기 위한 예방 조치도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유엔환경계획(UNEP)도 지난 2월 피해자 지원 상황과 예방 조치 등을 묻는 질의서를 한국 환경부에 보냈다. OHCHR은 UNEP, 유엔인권이사회(UNHRC) 등과 함께 한국 정부 대책의 문제점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UN 업무 경험이 있는 한 외국법 변호사는 “UN측이 이번 사태에 한국 정부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UN 조사 관련 내용 삭제
외교부는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대한민국 정보공개포털에 게시했던 관련 내용을 지우고 비공개로 돌렸다. 취재 전에는 정부가 UN에 답변서를 보낸 사실을 정보공개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취재 직후 이 내용이 사라졌다.
환경부는 UN 질의서를 받은 뒤에야 관련 부처 및 기관과 협의를 시작하는 등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지난 2월16일 UN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는 공문을 환경부, 법무부 등관련 부처에 보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같은 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3차 접수자에 대한 지원사업을 공지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달 9일 피해조사 용역 추진계획을 세워 10일 조사를 위한 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환경부는 관련 예산을 나흘 뒤인 14일 내려보냈다. 이 같은 대응에 대해 일각에선 환경부가 UN에 제출할 답변서에 피해자 지원 내용을 포함하기 위해 1, 2차 조사 때와 달리 신속하게 업무를 진행한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환경부는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2013년 7월에야 1차 피해자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그나마 361명의 피해자 중 폐 손상과 가습기 살균제 사이의 인과관계가 ‘거의 확실’하거나 ‘가능성 높음’이라고 판단된 168명에 대해서만 지원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벌인 2차 지원 때도 169명 중 53명에게만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급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환경부는 사건 초기부터 책임을 다른 부처로 돌리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사건을 방관해온 정부에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윤상/박한신 기자 kys@hankyung.com
○UN, “한국 정부 조치 불충분”
UN은 지난해 10월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피해자들을 대하는 한국 정부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당시 방한한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바스쿠트 툰칵 유해물질·폐기물 특별보고관은 피해자와 정부 측 조사가 끝난 뒤 “한국 정부가 피해 구제를 위한 인과관계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지우고 있으며 비슷한 비극을 막기 위한 예방 조치도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유엔환경계획(UNEP)도 지난 2월 피해자 지원 상황과 예방 조치 등을 묻는 질의서를 한국 환경부에 보냈다. OHCHR은 UNEP, 유엔인권이사회(UNHRC) 등과 함께 한국 정부 대책의 문제점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UN 업무 경험이 있는 한 외국법 변호사는 “UN측이 이번 사태에 한국 정부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UN 조사 관련 내용 삭제
외교부는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대한민국 정보공개포털에 게시했던 관련 내용을 지우고 비공개로 돌렸다. 취재 전에는 정부가 UN에 답변서를 보낸 사실을 정보공개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취재 직후 이 내용이 사라졌다.
환경부는 UN 질의서를 받은 뒤에야 관련 부처 및 기관과 협의를 시작하는 등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지난 2월16일 UN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는 공문을 환경부, 법무부 등관련 부처에 보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같은 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3차 접수자에 대한 지원사업을 공지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달 9일 피해조사 용역 추진계획을 세워 10일 조사를 위한 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환경부는 관련 예산을 나흘 뒤인 14일 내려보냈다. 이 같은 대응에 대해 일각에선 환경부가 UN에 제출할 답변서에 피해자 지원 내용을 포함하기 위해 1, 2차 조사 때와 달리 신속하게 업무를 진행한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환경부는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2013년 7월에야 1차 피해자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그나마 361명의 피해자 중 폐 손상과 가습기 살균제 사이의 인과관계가 ‘거의 확실’하거나 ‘가능성 높음’이라고 판단된 168명에 대해서만 지원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벌인 2차 지원 때도 169명 중 53명에게만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급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환경부는 사건 초기부터 책임을 다른 부처로 돌리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사건을 방관해온 정부에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윤상/박한신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