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건보 적립금 수익률 극대화보다 지속가능 개혁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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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적립금 적극 운용 논란
건보 적립금 최근 5년간 흑자…작년말 기준 17조원 쌓여
수익률 극대화 논의…진료비 지급불능 직면할 수도
저출산·고령화 대비, 각종 연기금 개혁에 본격 나서야
김원식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
건보 적립금 최근 5년간 흑자…작년말 기준 17조원 쌓여
수익률 극대화 논의…진료비 지급불능 직면할 수도
저출산·고령화 대비, 각종 연기금 개혁에 본격 나서야
김원식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2011년 이후 흑자를 내면서 기금 규모가 작년 말 17조원으로 불어났다. 사회보험 중 512조원인 국민연금기금 다음으로 규모가 커졌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의 기금수익률은 지난해 2.19%로 다른 사회보험 기금과 비교해 가장 낮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7조원의 기금을 은행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정적인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구성된 사회보험재정건전화정책협의회는 총 575조원 규모인 7대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과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3대 공적 연금)의 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해 재정을 건전하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대비해 사회보험재정의 건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보험재정의 건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부담이 전부 정부로 전가돼 정부 부채가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5년도 말 기준 국가가 미래에 책임져야 할 잠재적 부채까지 포함한 발생주의 국가부채는 1280조원에 이른다. 잠재적 부채를 제외한 현금주의 국가부채는 560조원이다. 이 차이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의 구조적 적자에 따른 미래의 충당부채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앞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국가부채도 더 커지게 된다. 따라서 사회보험에서 발생될 부채를 정부는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현재의 사회보험기금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는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각 사회보험은 성격과 사정이 서로 달라 이들 기금을 단순히 수익률만 극대화하기 위해 운용해서는 안 된다. 연금을 제외한 다른 사회보험은 기금이라기보다 항상 현금화가 가능해야 하는 지급준비금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과 성격이 전혀 다른 건강보험이 그렇다.
건강보험은 첫째, 질병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단기보험 성격의 제도다. 그래서 연도별로 수지균형을 원칙으로 하며, 일정 수준의 기금은 예상하지 못한 의료비 지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자칫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장기투자를 하게 되면 제때 현금화하지 못해 요양기관에 진료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급준비금 성격 강한 사회보험
둘째, 건강보험기금이 적정 준비금 수준 이상으로 적립돼 있다면 수지균형의 원칙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건강보험료율을 인하하든지, 현재 6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최근 5년간 건강보험재정의 흑자는 보험료율의 지속적 인상과 함께 불경기로 인한 요양기관 이용이 줄어서 발생한 것이다. 건강보험료는 근로기간에 낸 보험료를 퇴직 후 더 많이 돌려받는 국민연금과 달리 나중에 돌려받는 것이 없다. 따라서 가입자에게는 순수비용의 성격이 강하고 세금보다도 부담이 훨씬 크다. 문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최근 비급여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인의료비 별도기금 필요
셋째, 건강보험기금이 늘어난 데는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지원금도 일조했다는 것이다. 2000년 시행된 ‘국민건강재정건전화특별법’에 따라 정부는 국고로 건강보험료 수입액의 14%를 지원하고 담뱃세에서 걷어지는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지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금으로 기금이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도 이제는 목적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지속되면 대부분의 건강보험료를 부담하는 근로자 수가 감소해 소득이 거의 없는 노인들의 급여비를 부담할 수 없게 된다. 경우에 따라 근로자들은 노인의료비 부담을 거부할 수도 있다. 보험료 부담 문제는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늘어날수록 더 심각해지게 된다. 따라서 노인의료비 증가를 보험료 인상으로만 해결할 것이 아니라 세금을 더 걷어 별도의 기금, 즉 ‘수명펀드(longivtty fund)’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정부 지원을 전환해야 한다. 노인의료비는 노인들의 보험료 부담과 세금으로 조달하는 노인의료보험을 도입해 해결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적극적 기금운용의 문제가 국민건강보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기금도 실업 및 산재 위험 보상을 위한 준비금으로서 수익률 극대화를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불경기가 되면 고용보험의 지출이 크게 늘어나 수년간 쌓아 놓은 기금이 쉽게 고갈된다. 산업재해도 예상이 불가능한 것이어서 대형 산재사고가 잦으면 기금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을 포함한 손실보상 성향의 사회보험기금은 예비비 성격이 강해 항상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성이 유지돼야 한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나머지 공적·직역연금의 기금도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투자하는 것은 문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수지 적자가 발생해 정부가 수조원의 예산을 매년 보전하고 있다. 매년 늘어나는 보전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세청만 힘든 형편이다. 따라서 수지적자를 정부가 보전하는 연금기금은 운용목적을 수익률 극대화가 아니라 유동성 확보로 전환시켜야 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세수를 걷는 데 따른 사회적 비용은 기금을 운용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수익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기금 증식보다 기금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사회후생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그리고 사회보험기금으로 등록된 사학연금에 대해서도 이제는 정부가 손을 떼야 한다. 사학연금도 공무원연금처럼 2030년대에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과 같이 정부가 기금운용에 간섭하면 가입자들은 사학연금의 적자도 정부가 보전할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어차피 정부가 사학연금의 재정적자를 보전해줄 것이 아니라면 장기적 수지균형이 가능하도록 대학에 추가부담금을 요구해야 한다.
수익률 높이는 것만으론 미흡
마지막으로 사회보험협의회의 논의과제에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기초연금을 포함시켜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앞으로 정부 재정이 물 붓듯 들어가야 하는 제도다. 기초연금도 2030년에는 50조원, 2040년에는 100조원이 들어가는 사실상의 초대형 사회보험이다. 아무리 우리의 재정 부담능력을 키운다고 해도 한 번의 불경기에 국가 파탄으로 이어질 시한폭탄이다.
지금 사회보험협의회는 기금수익률 극대화를 통한 재정 안정을 논의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아무리 사회보험기금의 운용수익률을 높여도 재정건전화 효과는 미미해 지속가능성이 개선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김원식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대비해 사회보험재정의 건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보험재정의 건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부담이 전부 정부로 전가돼 정부 부채가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5년도 말 기준 국가가 미래에 책임져야 할 잠재적 부채까지 포함한 발생주의 국가부채는 1280조원에 이른다. 잠재적 부채를 제외한 현금주의 국가부채는 560조원이다. 이 차이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의 구조적 적자에 따른 미래의 충당부채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앞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국가부채도 더 커지게 된다. 따라서 사회보험에서 발생될 부채를 정부는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현재의 사회보험기금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는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각 사회보험은 성격과 사정이 서로 달라 이들 기금을 단순히 수익률만 극대화하기 위해 운용해서는 안 된다. 연금을 제외한 다른 사회보험은 기금이라기보다 항상 현금화가 가능해야 하는 지급준비금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과 성격이 전혀 다른 건강보험이 그렇다.
건강보험은 첫째, 질병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단기보험 성격의 제도다. 그래서 연도별로 수지균형을 원칙으로 하며, 일정 수준의 기금은 예상하지 못한 의료비 지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자칫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장기투자를 하게 되면 제때 현금화하지 못해 요양기관에 진료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급준비금 성격 강한 사회보험
둘째, 건강보험기금이 적정 준비금 수준 이상으로 적립돼 있다면 수지균형의 원칙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건강보험료율을 인하하든지, 현재 6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최근 5년간 건강보험재정의 흑자는 보험료율의 지속적 인상과 함께 불경기로 인한 요양기관 이용이 줄어서 발생한 것이다. 건강보험료는 근로기간에 낸 보험료를 퇴직 후 더 많이 돌려받는 국민연금과 달리 나중에 돌려받는 것이 없다. 따라서 가입자에게는 순수비용의 성격이 강하고 세금보다도 부담이 훨씬 크다. 문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최근 비급여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인의료비 별도기금 필요
셋째, 건강보험기금이 늘어난 데는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지원금도 일조했다는 것이다. 2000년 시행된 ‘국민건강재정건전화특별법’에 따라 정부는 국고로 건강보험료 수입액의 14%를 지원하고 담뱃세에서 걷어지는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지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금으로 기금이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도 이제는 목적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지속되면 대부분의 건강보험료를 부담하는 근로자 수가 감소해 소득이 거의 없는 노인들의 급여비를 부담할 수 없게 된다. 경우에 따라 근로자들은 노인의료비 부담을 거부할 수도 있다. 보험료 부담 문제는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늘어날수록 더 심각해지게 된다. 따라서 노인의료비 증가를 보험료 인상으로만 해결할 것이 아니라 세금을 더 걷어 별도의 기금, 즉 ‘수명펀드(longivtty fund)’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정부 지원을 전환해야 한다. 노인의료비는 노인들의 보험료 부담과 세금으로 조달하는 노인의료보험을 도입해 해결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적극적 기금운용의 문제가 국민건강보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기금도 실업 및 산재 위험 보상을 위한 준비금으로서 수익률 극대화를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불경기가 되면 고용보험의 지출이 크게 늘어나 수년간 쌓아 놓은 기금이 쉽게 고갈된다. 산업재해도 예상이 불가능한 것이어서 대형 산재사고가 잦으면 기금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을 포함한 손실보상 성향의 사회보험기금은 예비비 성격이 강해 항상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성이 유지돼야 한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나머지 공적·직역연금의 기금도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투자하는 것은 문제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수지 적자가 발생해 정부가 수조원의 예산을 매년 보전하고 있다. 매년 늘어나는 보전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세청만 힘든 형편이다. 따라서 수지적자를 정부가 보전하는 연금기금은 운용목적을 수익률 극대화가 아니라 유동성 확보로 전환시켜야 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세수를 걷는 데 따른 사회적 비용은 기금을 운용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수익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기금 증식보다 기금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사회후생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그리고 사회보험기금으로 등록된 사학연금에 대해서도 이제는 정부가 손을 떼야 한다. 사학연금도 공무원연금처럼 2030년대에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과 같이 정부가 기금운용에 간섭하면 가입자들은 사학연금의 적자도 정부가 보전할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어차피 정부가 사학연금의 재정적자를 보전해줄 것이 아니라면 장기적 수지균형이 가능하도록 대학에 추가부담금을 요구해야 한다.
수익률 높이는 것만으론 미흡
마지막으로 사회보험협의회의 논의과제에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기초연금을 포함시켜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앞으로 정부 재정이 물 붓듯 들어가야 하는 제도다. 기초연금도 2030년에는 50조원, 2040년에는 100조원이 들어가는 사실상의 초대형 사회보험이다. 아무리 우리의 재정 부담능력을 키운다고 해도 한 번의 불경기에 국가 파탄으로 이어질 시한폭탄이다.
지금 사회보험협의회는 기금수익률 극대화를 통한 재정 안정을 논의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아무리 사회보험기금의 운용수익률을 높여도 재정건전화 효과는 미미해 지속가능성이 개선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김원식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