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글로벌 디자인학교 세운다…'한국 3년+영국 1년' 학사 학위
삼성그룹이 삼성디자인학교(SADI·사디)에 학위 취득 과정을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간 데는 이유가 있다. 실무 감각이 있는 글로벌 디자인 인재 양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선 이론과 실무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원하지만 국내에선 그런 인재를 찾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했다. 한 디자인 전문가는 “과거보다는 좋아졌지만 아직 국내 디자인 교육 여건은 유럽 등에 비해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디가 설립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5년 디자인 경영을 강조하며 사디를 설립했다. 사회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디자인 인재를 키우자는 취지에서다. 디자인 인재를 양성해 장기적으로 국내 디자인산업 발전을 이끌겠다는 목표였다.

사디는 ‘기업이 설립해 운영하는 디자인 전문 교육기관’이란 장점을 활용해 산업 디자이너를 육성해왔다. 삼성전자 임원이 교수진으로 참여하고, 2~3학년이 되면 산학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게 특징이다. 학과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춰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 운영된다. 디자인 전략 및 기획을 주로 배우는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신상품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제품디자인학과’, 패션에 특화된 ‘패션디자인학과’ 등이다.

실무 중심 교육 덕분에 졸업생 대부분은 산업 디자이너로 기업에 취직하거나 프리랜서로 활동한다. 매년 100여명의 졸업생 중 약 20%가 삼성전자, 제일기획 등 삼성 계열사 디자이너로 취업했다.

사디는 내년에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산업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학과가 생기는 데다 글로벌 마인드를 갖출 수 있는 캠퍼스 환경이 구축될 예정이어서다. 사디는 내년에 스마트폰이나 스마트가전에 들어가는 편의기능 등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서비스경험디자인학과’를 신설할 계획이다. 서울 봉천동에 지어지는 독립캠퍼스도 최신 시설로 구축된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디자인은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이 대신할 수 없는 창의 영역”이라며 “그런 분야의 인재를 키울 수 있는 토대를 탄탄하게 다지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