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주식 배당 관련 의결권을 강화하는 조치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공약에 따라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돼 왔다. 하지만 의결권을 강화하더라도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이 제고될지 여부가 불확실한 데다 기업 고유의 경영 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이유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배당 관련 의결권 행사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민간 자문기구인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위임했다. 의결권행사 전문위는 배당 관련 국민연금 내부 기준 심사, 중점관리기업의 지정 및 공개, 주주 제안 참여 등 주요 행위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과 사후감독 권한이 있다. 배당뿐 아니라 기업의 합병과 자산 매각 등 민감한 기업 경영 현안에 대해 주주총회의 의결권 찬반을 최종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이런 의사 결정 구조에 대해 “권한과 책임이 제대로 일치하지 않는 불합리한 구조”라며 “의결권 위원회는 결정이 아니라 자문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한다. 일부 기금운용위원도 “국민연금법에 근거가 없는 민간 자문조직이 국민연금 투자 기업의 핵심 경영 전략을 좌지우지하는 결정권을 갖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월부터 배당 관련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 등을 대상으로 ‘기업과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에 개선 의지가 없을 땐 ‘중점관리기업’으로 정한 뒤 명단을 공개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는 의결권행사 전문위는 작년 12월 이후 4개월여 동안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의결권행사 전문위의 한 관계자는 “의결권행사 전문위가 주식 배당에 대해 사후감독을 하게 돼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사후감독을 지원할 조직도 없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