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상품 정보 알기 힘든 일임형 ISA
신한 국민 우리 기업 등 네 개 은행이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을 출시한 지난 11일 가입 절차가 궁금해 시중은행 지점을 찾았다. 일임형 ISA는 금융지식이 부족한 금융소비자를 대신해 은행이 펀드나 채권 등을 골라 분산 투자를 해주는 상품이다.

은행 창구는 예상보다 한산했다. 영업점 직원에게 “일임형 ISA에 가입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다. 그 직원은 “투자 성향을 진단해봐야 상품을 권유할 수 있다”며 A4 용지 한 장짜리 설문을 내놨다. ‘적극 투자형’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직원은 중·고위험 상품을 소개하며 “원금의 10~20% 정도 손실이 있을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가장 궁금한 게 수익률이어서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은행 측은 어느 정도 수익률을 목표로 돈을 굴리게 되는지 바꿔 질문했다. 역시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른 은행 지점에서 상담을 받아도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기대수익률을 알 수 없다면 투자 대상이 되는 상품 내역을 알려달라고 했다. 역시 “그럴 수 없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일부는 “가입하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은행 직원들이 기대수익률에 대해 함구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해 기대수익률을 제시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금융 상품도 마찬가지지만, 과열 마케팅 우려가 큰 ISA에 대해선 엄격한 지침을 내놨다.

그러나 기대수익률을 비교해 상품에 가입하는 금융소비자로선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은행에서 만난 한 자영업자는 “비과세 혜택을 보고 가입을 상담하러 왔는데 도무지 돈을 맡길 엄두가 안 난다”고 푸념했다. 상·중·하로 구분된 투자 위험도와 주식형, 채권형 등으로 표시된 투자 상품 종류만 보고 일임형 ISA 가입을 결정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불완전 판매를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금융소비자 서비스라는 정작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했다.

이현일 금융부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