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김소연 한국대표 "생산기술 강자 한국 - 원천기술 강자 독일, 중국 공략 최적 파트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독일 NRW경제개발공사 김소연 한국대표
한국 - 독일 공통 DNA
수출중심 경제에 인적자원 우수…양국, 공통점 많아 협업 수월할 듯
한국 - 독일 다른 DNA
독일 전통적으로 기술장인 우대…정권 바뀌어도 연구 예산 보장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한국, 공공기반 기술 연구 어려워
한국 - 독일 공통 DNA
수출중심 경제에 인적자원 우수…양국, 공통점 많아 협업 수월할 듯
한국 - 독일 다른 DNA
독일 전통적으로 기술장인 우대…정권 바뀌어도 연구 예산 보장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한국, 공공기반 기술 연구 어려워
독일은 자동차, 기계, 화학, 의료기기 등 제조업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독일은 16개 연방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라인강 유역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연방주는 독일에서 지역내총생산(GRDP)이 가장 많은 곳이다. 화학, 기계, 자동차, 금속산업 등이 발달해 있고 독일 내 50대 기업 중 도이치텔레콤, 바이엘제약, 티센크루프 등 17개 기업 본사가 있다. NRW연방주는 산하 기관으로 경제 교류, 외자 유치 등을 담당하는 NRW경제개발공사를 두고 있다. 이 기관의 한국사무소를 맡고 있는 김소연 대표(46)를 만나봤다. 독일 마르부르크대에서 독어학, 경제학 등을 전공한 김 대표는 한국 기업의 독일 진출 및 기술제휴 등에 관해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에겐 요즘 각계각층의 질문이 쇄도한다. 요즘 한국 산업이 왜 어려움을 겪는지,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독일과 비교해 설명해달라는 내용이다. 오는 7월 취임 5주년을 맞는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서울 서초동 NRW경제개발공사 한국사무소에서 이뤄졌다.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자가 연방정부의 경제기술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한국 사회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미하엘 글로스 전 독일연방 경제기술부 장관(2005~2009년 재임)은 제분소 직업학교 출신으로 집안의 방앗간 사업을 이어받은 사람입니다. 독일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어도 능력과 경험이 있으면 얼마든지 장관으로 임명합니다. 이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습니다.” 김소연 독일 NRW경제개발공사 한국 대표는 인터뷰 첫머리를 글로스 전 장관 얘기로 시작했다. 한국과 독일은 문화적으로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한국의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등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요즘 이 문제로 질의해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국은 1970년대 수출 1억달러에서 지금은 5000억달러 시대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어렵습니다. 그동안 선진 제품을 벤치마킹해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주효했지만 창의적인 제품 개발에는 미흡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경기둔화 속에서도 독일 경제는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독일과 한국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사회발전을 위해선 이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 규칙과 신뢰,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컨대 사회보장제도와 기업가 정신, 창의성, 혁신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한국에선 사업하다 실패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니까 리스크가 크지요. 이 리스크를 개인이 온전히 짊어져야 합니다. 개인생활은 물론 자녀교육 등 모든 사람의 생활이 파탄납니다. 이에 반해 독일은 사회보장제도가 잘돼 있습니다. 사업하다 실패해도 자녀교육이나 병원비(건강보험)를 국가가 책임집니다. 따라서 혁신적, 창의적인 도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습니다.”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 제도도 많이 다르지요.
“독일에선 효율적으로 인적자원의 교육과 배분이 이뤄집니다. 일찍이 실업계와 인문계가 나눠지고, ‘이원직업교육(실습과 이론교육 병행)’을 합니다. 직업학교를 다니며 관련 분야 산업의 실습을 병행하기 때문에 자원 낭비가 없습니다. 반면 한국에선 적성에 관계 없이 대학 학과를 선택해 졸업하는 경향이 있어 직장에서의 연계성이 낮습니다. 대학 교육과 직장 내 교육이라는 이중 비용이 생깁니다.”
▷독일에서 ‘마이스터(장인)’의 역할은.
“독일은 이들을 사회적으로 존경합니다. 이들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지역사회 유지로서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위상을 갖습니다. 정치인들은 이들의 협회를 매우 중시합니다. 여론 형성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셈이지요. 서두에 언급했던 미하엘 글로스는 직업학교 출신이나 정치인으로 크게 성공한 경우지요. 전문가에 대한 인식 차이도 큽니다. 독일은 마이스터를 ‘전문가’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전문가’ 인식 및 존중이 부족합니다. 한 사람에게 여러 업무를 요구하지요. 멀티 플레이어를 요구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산업정책 측면에서의 독일 강점은 무엇인가요.
“독일은 대부분 산업정책이 ‘보텀업(bottom-up)’ 방식입니다. 기업들이 원하는 것을 정부에 건의해 정부가 이에 반응해 정책을 수립합니다. 반면 한국은 ‘톱다운(top-down)’ 방식입니다. 정부에서 정책 방향을 수립해 이를 기업에 제시하고 따라오라고 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은 개별기업이 각개전투식으로 기술을 개발하기 때문에 공유가 안됩니다. 독일은 공공기반 중심으로 공통의 기술을 개발해서 공유하는 시스템입니다.”
▷독일의 연구개발 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요.
“독일은 국가 연구개발사업에 대해 일정 기간을 정해 그 기간에는 계획된 예산을 부여하고 보장합니다.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지요. 반면 한국은 5년 계획을 세워도 보장이 안됩니다. 1년 단위로 평가해 삭감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진행될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습니다.”
▷산업기술 연구개발 방식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왜일까요.
“성과주의 때문이지요. 한국은 당장 눈에 보이는 매출, 수출, 논문 발표 등을 위해 기업 중심으로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적 성과주의 때문에 공공기반 중심이 되지 못합니다. 기업은 지원비를 받으면 당장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지만 공통기반 기술은 장기적으로 성과가 나타납니다. 독일은 개별 기업을 지원하는 것보다 공공연구기관들을 통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공통의 기반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응용해 제품화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합니다.”
▷독일은 중소기업이 강한 나라입니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어떤 면을 개선해야 할까요.
“한국의 중소기업은 모기업에 종속되는 기술, 모기업 눈치를 보며 개발하는 기술보다는 글로벌 기업에 납품할 수 있는 제품과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과 공동개발 등 협업이 필요합니다. 구체적 사례로는 국내 모기업의 1차 협력업체가 독일에 연구개발 (R&D)센터를 구축해 독일 자동차 업체에 공급한 성공 사례도 있습니다. 이 회사는 기술은 ‘Made in Germany’라고 기술마케팅을 했지요. 특히 한국 기업은 독일과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과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는.
”첫째 공통의 DNA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분단의 역사, 자원부족, 우수한 인적자원, 수출중심 국가 등이 그것이지요. 둘째 양국 산업의 상호보완성입니다. 강한 산업과 약한 산업 간에 협업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BMW자동차에 LG디스플레이, 삼성 배터리를 장착하는 등 상생할 수 있습니다. 셋째 역사적 배경과 경제관계 간의 부담이 없습니다. 독일은 한국의 경제위기시 항상 ‘투자’를 통해 도움을 준 나라입니다. 넷째 전략적 제휴의 장점이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중국시장 겨냥 시 독일과 한국이 전략적 제휴를 맺어 진출하면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독일은 우수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어렵지만 한국은 우수한 생산기술과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력이 우수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양국 간의 협력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통용될 것입니다.”
김소연 대표는
△1970년생
△학력: 독일 마르부르크대에서 독어학, 경제학, 일본학 전공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석사(수석졸업) 및 박사과정 수료
중앙대 독일유럽학과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최근 들어 한국의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등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요즘 이 문제로 질의해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국은 1970년대 수출 1억달러에서 지금은 5000억달러 시대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어렵습니다. 그동안 선진 제품을 벤치마킹해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주효했지만 창의적인 제품 개발에는 미흡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경기둔화 속에서도 독일 경제는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독일과 한국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사회발전을 위해선 이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 규칙과 신뢰,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컨대 사회보장제도와 기업가 정신, 창의성, 혁신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한국에선 사업하다 실패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니까 리스크가 크지요. 이 리스크를 개인이 온전히 짊어져야 합니다. 개인생활은 물론 자녀교육 등 모든 사람의 생활이 파탄납니다. 이에 반해 독일은 사회보장제도가 잘돼 있습니다. 사업하다 실패해도 자녀교육이나 병원비(건강보험)를 국가가 책임집니다. 따라서 혁신적, 창의적인 도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습니다.”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 제도도 많이 다르지요.
“독일에선 효율적으로 인적자원의 교육과 배분이 이뤄집니다. 일찍이 실업계와 인문계가 나눠지고, ‘이원직업교육(실습과 이론교육 병행)’을 합니다. 직업학교를 다니며 관련 분야 산업의 실습을 병행하기 때문에 자원 낭비가 없습니다. 반면 한국에선 적성에 관계 없이 대학 학과를 선택해 졸업하는 경향이 있어 직장에서의 연계성이 낮습니다. 대학 교육과 직장 내 교육이라는 이중 비용이 생깁니다.”
▷독일에서 ‘마이스터(장인)’의 역할은.
“독일은 이들을 사회적으로 존경합니다. 이들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지역사회 유지로서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위상을 갖습니다. 정치인들은 이들의 협회를 매우 중시합니다. 여론 형성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셈이지요. 서두에 언급했던 미하엘 글로스는 직업학교 출신이나 정치인으로 크게 성공한 경우지요. 전문가에 대한 인식 차이도 큽니다. 독일은 마이스터를 ‘전문가’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전문가’ 인식 및 존중이 부족합니다. 한 사람에게 여러 업무를 요구하지요. 멀티 플레이어를 요구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산업정책 측면에서의 독일 강점은 무엇인가요.
“독일은 대부분 산업정책이 ‘보텀업(bottom-up)’ 방식입니다. 기업들이 원하는 것을 정부에 건의해 정부가 이에 반응해 정책을 수립합니다. 반면 한국은 ‘톱다운(top-down)’ 방식입니다. 정부에서 정책 방향을 수립해 이를 기업에 제시하고 따라오라고 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은 개별기업이 각개전투식으로 기술을 개발하기 때문에 공유가 안됩니다. 독일은 공공기반 중심으로 공통의 기술을 개발해서 공유하는 시스템입니다.”
▷독일의 연구개발 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요.
“독일은 국가 연구개발사업에 대해 일정 기간을 정해 그 기간에는 계획된 예산을 부여하고 보장합니다.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지요. 반면 한국은 5년 계획을 세워도 보장이 안됩니다. 1년 단위로 평가해 삭감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진행될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습니다.”
▷산업기술 연구개발 방식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왜일까요.
“성과주의 때문이지요. 한국은 당장 눈에 보이는 매출, 수출, 논문 발표 등을 위해 기업 중심으로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적 성과주의 때문에 공공기반 중심이 되지 못합니다. 기업은 지원비를 받으면 당장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수 있지만 공통기반 기술은 장기적으로 성과가 나타납니다. 독일은 개별 기업을 지원하는 것보다 공공연구기관들을 통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공통의 기반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응용해 제품화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합니다.”
▷독일은 중소기업이 강한 나라입니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어떤 면을 개선해야 할까요.
“한국의 중소기업은 모기업에 종속되는 기술, 모기업 눈치를 보며 개발하는 기술보다는 글로벌 기업에 납품할 수 있는 제품과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과 공동개발 등 협업이 필요합니다. 구체적 사례로는 국내 모기업의 1차 협력업체가 독일에 연구개발 (R&D)센터를 구축해 독일 자동차 업체에 공급한 성공 사례도 있습니다. 이 회사는 기술은 ‘Made in Germany’라고 기술마케팅을 했지요. 특히 한국 기업은 독일과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과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는.
”첫째 공통의 DNA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분단의 역사, 자원부족, 우수한 인적자원, 수출중심 국가 등이 그것이지요. 둘째 양국 산업의 상호보완성입니다. 강한 산업과 약한 산업 간에 협업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BMW자동차에 LG디스플레이, 삼성 배터리를 장착하는 등 상생할 수 있습니다. 셋째 역사적 배경과 경제관계 간의 부담이 없습니다. 독일은 한국의 경제위기시 항상 ‘투자’를 통해 도움을 준 나라입니다. 넷째 전략적 제휴의 장점이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중국시장 겨냥 시 독일과 한국이 전략적 제휴를 맺어 진출하면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독일은 우수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어렵지만 한국은 우수한 생산기술과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력이 우수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양국 간의 협력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통용될 것입니다.”
김소연 대표는
△1970년생
△학력: 독일 마르부르크대에서 독어학, 경제학, 일본학 전공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석사(수석졸업) 및 박사과정 수료
중앙대 독일유럽학과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