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처음으로 3차원 미술품 전문 아트페어를 표방하는 ‘조형아트 서울 2016(Plastic Art Seoul·PLAS)’을 오는 7월20~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여는 손성례 청작화랑 대표(70·사진)의 포부다. 손 대표는 “최근 현대미술은 회화보다는 장르의 혼용과 매체 실험이 큰 흐름을 이루는 만큼 일반인뿐 아니라 조형물이 필요한 기업, 건물주가 한자리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살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남에서 30년째 화랑을 운영하고 있는 손 대표는 김기창 화백을 비롯해 전뢰진 이왈종 이두식 김재학 등 유명 미술가 150여명의 작품을 다뤄 온 대표적인 갤러리스트다. 청각장애인 아들(신재환)을 조각가로 키워냈고, 1997년부터 40세 이하 유망 작가를 발굴하는 청작미술상을 운영하며 역량 있는 작가를 지원하고 있다. 2006년에는 미술시장 대중화를 내세운 미술장터 서울오픈아트페어 창립을 주도했다.
PLAS 운영위원장을 맡아 ‘큰 판’을 짜고 있는 손 대표는 “행사를 추진하면서 신바람이 난다”고 했다. 국내 작가를 국제무대에 진출시키기 위한 전략적 홍보 시스템이 부족하던 터라 국내 조형예술가들이 기업은 물론 세계 미술계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돼서다. 조직위원장에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영입하고, 탤런트 김영호 씨에게 홍보대사를 맡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랑 최고경영자(CEO)가 왜 하필 조형물 아트페어에 공을 들이는지 궁금했다.
“그림 위주의 미술시장에서 소외돼 온 조형예술가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업과 작가를 직접 연결해 리베이트 관행으로 얼룩진 공공미술시장의 새 판을 짜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손 대표는 3년 동안 미국 유럽 등을 돌아다니며 시장조사를 했다. 지난해엔 행사를 주관할 자회사 청작아트를 설립했다. 그는 “이번 행사가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K팝이 한국 음악의 우수성을 알렸듯 한국 조형예술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조형예술을 하는 젊은 작가들이 국제 무대에서 팡팡 튀고 있지만 국내에선 조명받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조형아티스트들이 혼자서 가기보다 함께 모이면 시장이 더 커질 겁니다.”
손 대표는 첫 행사를 기업과 관람객, 컬렉터를 집결시키는 ‘축제의 장’으로 꾸리기 위해 서울 강남권 은행, 백화점, 호텔과의 협업을 구상 중이다. 또 여행사의 협조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도 전시를 관람할 수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조형예술, 대중 속으로’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는 전시장을 조각, 유리, 설치, 미디어아트, 부조회화 등 다섯 분야로 나눠 돌, 숯, 철, 플라스틱, 비닐, 레진, 철사, 영상, 빛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를 망라한 작품 1000여점을 내보인다. 70세 이상 원로 조각가 15명의 특별전, 외국 작가의 유리 작품전 등 다양한 특별전도 마련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