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8] 박근혜-김무성 '애증의 10년'…옥새 사태로 더 깊어진 불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사진)는 2014년 7월 대표 취임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몇 차례 대립각을 세웠으나 늘 30시간이 안돼 꼬리를 내렸다. 그래서 ‘30시간의 법칙’이라는 냉소 섞인 소리를 들었다.

2014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 필요성을 거론했다가 하루 만에 박 대통령에게 사과하며 체면을 구겼다. 지난해 6월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 사퇴 파동 때 유 의원의 손을 잡는 모양새로 청와대와 맞섰지만 결국 돌아섰다. 청와대의 반대에도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를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하려다 뜻을 굽혔다. 지난달 살생부 논란 땐 “살생부 운운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발에 고개를 숙였다.

이번 ‘4·13 총선 공천 옥새’ 파동 과정에선 25시간여 만에 친박계와 어정쩡한 타협을 했다. 김 대표는 지난 24일 오후 2시30분께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재오·유승민 의원이 공천 심사 결과에 반발해 탈당한 서울 은평을, 대구 동을 등 5곳의 공천을 의결하지 않겠다고 했다. 공천을 위한 최고위원회의도 열지 않겠다고 했지만 25일 최고위회의를 개최했고, 오후 4시 넘어 이·유 의원 지역구 등 3곳을 공천하지 않기로 했다.

김 대표가 당초 탈당 및 총선 무소속 출마를 할 수 없는 날짜를 택해 5곳의 무공천 선언을 한 것은 벼랑 끝 전술이라고 한 측근은 전했다. 상향식 공천에 정치 생명을 건다고 해놓고 김 대표는 상당수 비박(비박근혜)계 후보가 경선조차 하지 못한 채 우수수 낙천하는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다. 김 대표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몰렸다. 우군이었던 비박계에서도 김 대표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비박이 돌아서면 총선 이후 김 대표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김 대표가 당초 보여준 ‘결기’와 달리 이날 절충안을 택하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됐다. 비박의 불만을 달래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김 대표와 박 대통령의 불신은 더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친박계가 제거하려 했던 이·유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면 ‘역린’을 건드리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는 “정치적 흥정”이라며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홀로서기’를 위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며 “총선 이후 비주류의 수장이 되기 위한 목적을 다분히 보여준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