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상청의 속 좁은 해명
본지가 지난 22일 ‘기상청 입찰 배제에 케이웨더 첫 구조조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자 기상청이 해명자료를 냈다. 기상청이 2014년 발주한 장비사업 중 케이웨더가 윈드라이다 입찰을 수주했으며, 같은 해 공항기상관측장비와 바람관측장비 등 두 건의 유지보수 용역도 수주했다는 내용이었다. 2014년부터 기상청이 발주하는 입찰에서 케이웨더가 잇달아 배제됐다는 본지 보도를 반박한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선 케이웨더가 낙찰받은 윈드라이다 수요 기관은 기상청이 아니다. 입찰 당시 수요 기관은 기상기술개발원이었으나, 한국외국어대 산학협력단으로 업무가 이관됐다. 기상청이 케이웨더를 입찰에서 배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근거인 공항기상관측장비와 바람관측장비는 어떨까. 2014년 당시 케이웨더는 공항기상관측장비 입찰에 참여했으나 경쟁자가 없어 입찰은 세 차례나 유찰됐다. 열악한 국내 기상업계 현실상 해당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술 역량을 보유한 업체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음에 따라 이전까지 사업을 맡던 케이웨더와 계약을 연장했을 뿐이다. 관련 계약서에 따르면 차기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이전 사업자와의 계약이 연장되도록 명시돼 있다. 바람관측장비 수주도 기상청 설명과는 달리 과거 계약 사업이 그대로 연장된 것이다.

기상청 산하 기상산업진흥원은 입찰 과정에서 케이웨더에 기술 지원을 하고 있는 해외 업체에 공문을 보내 케이웨더와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진흥원이 업체에 보낸 공문이 이를 뒷받침한다.

케이웨더를 바라보는 기상청의 복잡한 속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기상청 입장에선 사사건건 기상청과 소송을 벌이는 케이웨더가 괘씸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 역량을 갖췄음에도 ‘괘씸죄’ 때문에 입찰에서 배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고윤화 기상청장조차도 그동안 장비 도입 및 유지보수 용역 입찰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열악한 국내 기상산업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기상청과 케이웨더는 소모적인 갈등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