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또 다른 도발 엄포를 놓는 형식적인 이유는 우리 공군의 타격훈련이다. 하지만 수소폭탄 실험, 핵탄두의 소형화 실험, 잇단 미사일 발사로 선제 위협을 이어온 것은 북측이다. 최근 들어 쏘아댄 미사일만 해도 단거리, 중·장거리 등으로 이젠 헤아리기도 어렵다. 엊그제는 보란 듯이 사거리 200㎞의 ‘신형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를 과시했다. 이 포는 수도권을 넘어 중부권 이남의 핵심시설까지 사정권에 넣는 가공할 무기다. 2020년은 돼야 이를 막을 ‘킬 체인’이 구축된다지만 차량으로 신속하게 기동하는 이를 발사 전에 요격하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5월 초로 전망되는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북이 어떻게든 긴장국면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은 벌써 나와 있었다. 내부결속 강화, 당대회의 성과 극대화 같은 뻔한 노림수에다 김정은 충성파들의 과잉 행동일 수도 있다. 선거철에 남남갈등을 자극하겠다는 저급한 대남 심리전도 있을 것이다. 총참모부나 국방위가 아니라 남북 관련 기구 명의여서 언어적 협박이라는 해석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런 식의 도식적 분석들 때문에 북의 위협은 ‘양치기 소년’의 경고처럼 공갈로 치부되곤 했다. 온갖 형태의 군사적·비군사적 도발은 그런 틈을 파고들며 자행됐다. 대통령과 청와대를 직접 겨냥한 보복전, 불바다 위협에 정부가 즉각 대북 경고와 함께 우리 군의 단호한 응징 의지를 밝히기는 했다.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다는 사실도 재확인했다. 말뿐만 아니라 실천 의지와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안보라인의 비상한 각오와 빈틈없는 대응체계가 더없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안보문제는 정치권에 기대할 것이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