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철상 "신협, 스페인 7위 기업 된 몬드라곤 조합처럼 금융 넘어 생산·유통으로 확장"
문철상 신협중앙회장(사진)은 23일 “신협은 앞으로 금융의 울타리를 넘어 생산·금융·복지·유통을 망라한 융·복합 협동조합을 지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엔 금융만으론 지속 성장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문 회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스페인 협동조합 몬드라곤을 모델로 삼아 전국의 지역 신협을 중심으로 협동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문 회장은 “신협을 매개로 다양한 협동경제 조직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새로운 경영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양한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지역 협동조합들을 그물망처럼 연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몇몇 지역 신협은 융·복합 협동조합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고 문 회장은 전했다.

문철상 "신협, 스페인 7위 기업 된 몬드라곤 조합처럼 금융 넘어 생산·유통으로 확장"
43년간 흑자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풀무신협이 대표적이다.

풀무신협은 조합원들을 위해 고가의 배양기를 구입해 유기농업에 사용되는 미생물을 직접 배양하고 있다. 축산 장비나 축산물 가격정보도 풀무신협이 직접 조사해 조합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홍동면이 친환경 농업의 산실로 부상한 배경에는 풀무신협의 이 같은 노력이 뒷받침됐다고 신협중앙회는 설명했다.

영농조합을 세우고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열고 있는 제주 금빛신협도 마찬가지다. 문 회장은 “농산물 직거래를 통해 유통 마진을 줄이고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금빛신협은 앞으로 지역 신협들이 나아가야 할 융·복합 협동조합의 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의 지역 신협은 지난해 기준 910개다. 전국 각지 신협들은 1994년 자산 10조원을 돌파한 뒤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자산 65조원 달성에 성공했다. 최근 4년간 조합원에게 배당금으로 약 3472억원을 지급했을 정도로 안정적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 6.39%에 달하던 연체율은 지난해 2.33%까지 떨어졌다. ‘조합원 가정의 숟가락 숫자까지 안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관계형 금융에 노력한 성과라는 게 신협중앙회 측 설명이다.

문 회장은 올해 경영 목표로 당기순이익 3000억원 달성과 함께 총자산 규모도 9~10%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신협은 당기순이익 2351억원에 총자산은 8.8% 증가했다.

그는 “올해 예금자보호기금 적립률을 0.3%에서 0.25%로 낮춰 300억원가량 조합 부담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예금자보호기금은 금융 사고나 조합 부실사태에 대비한 적립금을 말한다.

이 밖에도 문 회장은 내부 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순회감독역 제도를 더 확대하고, 2014년에 출범한 신협 사회공헌재단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 몬드라곤

스페인 협동조합. 2014년 기준 매출은 109억유로(약 14조8000억원)다. 기업 규모에서 스페인 7위권으로 협동조합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