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동개혁 양대지침 악용 우려는 기우(杞憂)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22일 저성과자 해고에 관한 ‘공정인사 지침’과 사회 통념상 합리성 있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지침’이란 양대 지침을 발표했다. 이 두 지침은 노동계와 야당이 주장하는 대로 쉬운 해고를 부추기고, 근로조건을 개악하는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큰 것일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여야와 노·사·정은 ‘정년 60세법’ 시행을 앞두고 3년 전부터 논의한 노동개혁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노동개혁법안이 국회를 넘지 못했고, 노동계의 파기 선언으로 노·사·정 대타협마저 결딴나면서 정부가 노동개혁의 끈을 이어가고자 양대 지침을 마련한 것이란 점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정인사 지침은 이미 상당수 법원 판례를 통해 확립되고, 대다수 노동법 교과서에서도 징계 해고, 경영상 해고 등과 함께 해고의 한 유형으로 분류해온 ‘통상 해고’를 고용노동부가 행정지침으로 정리해 발표한 것에 불과하다. 그동안 산업현장에서는 업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근로자에 대한 해고 기준이나 절차 없이 사용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해고함으로써 많은 혼란을 겪어왔다.

공정인사 지침은 사용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근로자를 쉽게 해고하거나 부당하게 해고할 수 없도록 정부가 엄격한 해고 기준과 절차를 확립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업무 능력에 대한 평가 기준을 만들고 교육 훈련, 배치 전환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는데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되는 저성과자만 해고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쉬운 해고 지침’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공정인사 지침은 해고권자인 사용자나 자문과 컨설팅을 담당하는 공인노무사에게 정부가 구체적인 해고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따르도록 권고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해고권을 행사할 사용자나 자문하는 공인노무사 입장에서 보면 공정인사 지침에 따른 해고 처분의 결과가 머지않아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는 저성과자라는 이유로 함부로 해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해고 기준과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던 종전보다 오히려 더 해고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취업규칙 변경지침은 정년 60세와 임금피크제를 동시에 시행하는 경우 유불리를 따지기 어렵다. 또 3년 전부터 여야와 노·사·정이 합의해 정년 60세법과 임금피크제를 함께 검토하고 준비해 왔다는 점에서 양자에 관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은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다른 경우에도 남용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는 건 문제다. 이는 한마디로 기우(杞憂)라고 할 수 있다.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란 단기간에 그런 사유가 발생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사용자가 임의로 그런 사유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사용자의 임의적인 남용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노무사회는 회원인 공인노무사들이 사측과 근로자 중간에 서서 정부의 양대 지침 시행이 쉬운 해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고, 지침의 남용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이 길이야말로 노사가 상생하고 한국 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채호일 <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