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박인비…슬럼프냐, 부활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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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늦게 걸리는 '여름 여왕'
통산 17승 중 6~8월 9승…1~3월 올린 승수는 둘뿐
올해도 초반 부진 징크스
심상치 않은 초반 성적표
허리부상 기권·예선 탈락…정신·육체적 에너지 고갈?
'핵무기급' 퍼팅도 무뎌져
27일 열리는 KIA클래식서 '예열' 끝내고 부진 탈출할까
통산 17승 중 6~8월 9승…1~3월 올린 승수는 둘뿐
올해도 초반 부진 징크스
심상치 않은 초반 성적표
허리부상 기권·예선 탈락…정신·육체적 에너지 고갈?
'핵무기급' 퍼팅도 무뎌져
27일 열리는 KIA클래식서 '예열' 끝내고 부진 탈출할까
‘골프 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사진)는 시동이 천천히 걸리는 ‘슬로 스타터’다. 시즌 초반 밋밋한 성적표를 내밀다가 한여름에 화산처럼 폭발하는 ‘여름 여왕’이 박인비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통산 17승 가운데 6~8월에 수집한 트로피가 9개다. 1~3월에 올린 승수는 둘뿐이다.
올 시즌 성적표도 그렇다. 일단 ‘초반 부진’ 징크스를 연상케 한다. 기권(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 공동 30위(혼다LPGA타일랜드), 공동 30위(HSBC위민스챔피언스), 예선 탈락(JTBC파운더스컵) 등이다. 하지만 이전과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는 게 골프팬들의 시선이다. 몸과 마음의 슬럼프가 동시에 오는 게 아니냐는 조짐을 보여서다.
허리 부상·시부喪 … ‘힘겨운 여제’
박인비는 1월 허리 부상에 이어 지난달엔 시부상을 당했다. 가족을 ‘골프를 하는 이유’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일 수밖에 없다. 남편이자 스윙 코치인 남기협 씨(33)의 의미는 특별하다. 악몽 같은 긴 슬럼프를 그의 ‘외조’ 덕에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첫 승을 신고하며 샛별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2012년 에비앙챔피언십 챔프로 귀환할 때까지 4년간 우승 가뭄에 시달렸다.
주목할 것은 최근 그의 언행에서 감지되는 ‘피로 현상’들이다. 그는 지난 18일 LPGA투어 JTBC파운더스컵 2라운드에서 1타 차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신 뒤 “열심히 해야 하는 동기를 찾기 힘들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적·육체적 에너지를 모두 써버린 뒤 나타나는 일종의 ‘번아웃(burn-out) 증후군’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인비는 지난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생애 통산 4대 메이저 우승) 달성과 명예의 전당 헌액 후보 자격 완성 등 프로골퍼로서 꿈꿀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뤄냈다.
기술적으로도 감을 되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핵무기’급인 퍼팅이 무뎌졌다. 정상적으로 공을 그린에 올려놨을 때의 홀당 평균 퍼팅 수(GIR)가 1.77회로 33위다. 라운드당 평균 퍼팅(29.82)은 더 떨어져 60위에 머물러 있다.
오는 27일 개막하는 KIA클래식은 ‘여제의 지위’를 확인할 중요한 시험대다. 시즌 초반 부진이 의례적인 ‘예열 기간’이었을지, 아니면 최악의 슬럼프로 향하는 내리막 계단이었을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박인비는 유독 국내 대회와 국내 기업 후원 대회는 한 번도 제패하지 못한 징크스가 있다. KIA클래식은 2010년 2위가 최고 성적. 이번 대회를 분위기 전환의 호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한국 ‘5년 무승(無勝)’ 징크스 깰까
KIA클래식은 2010년 첫 대회에서 서희경(30)이 초대 챔피언에 오른 뒤 지금까지 두 번째 한국 챔프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대회는 산드라 갈(2011), 청야니(2012), 베아트리스 레카리(2013), 안나 노르드크비스트(2014), 크리스티 커(2015) 등 외국인 강자들의 텃밭이 됐다. 지난해 한국(계) 선수들이 초반부터 이어가던 6개 대회 연속 우승 행진이 멈춘 것도 이 대회에서였다.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JTBC파운더스컵 챔피언 김세영(23·미래에셋)이다. LPGA 최다 언더파 타이기록(27언더파)으로 우승한 기세를 이어갈지가 관건이다. 김세영은 올해 가장 먼저 2승 고지에 오른 장하나(24·비씨카드)와 강력한 라이벌 구도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LPGA에 데뷔하자마자 준수한 성적을 거둔 ‘토종 장타자’ 박성현(23·넵스)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LPGA 초청선수로 처음 출전한 파운더스컵에서 공동 13위에 오른 뒤 “갤러리들의 무관심 속에 샷하는 게 재밌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올 시즌 성적표도 그렇다. 일단 ‘초반 부진’ 징크스를 연상케 한다. 기권(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 공동 30위(혼다LPGA타일랜드), 공동 30위(HSBC위민스챔피언스), 예선 탈락(JTBC파운더스컵) 등이다. 하지만 이전과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는 게 골프팬들의 시선이다. 몸과 마음의 슬럼프가 동시에 오는 게 아니냐는 조짐을 보여서다.
허리 부상·시부喪 … ‘힘겨운 여제’
박인비는 1월 허리 부상에 이어 지난달엔 시부상을 당했다. 가족을 ‘골프를 하는 이유’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일 수밖에 없다. 남편이자 스윙 코치인 남기협 씨(33)의 의미는 특별하다. 악몽 같은 긴 슬럼프를 그의 ‘외조’ 덕에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첫 승을 신고하며 샛별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2012년 에비앙챔피언십 챔프로 귀환할 때까지 4년간 우승 가뭄에 시달렸다.
주목할 것은 최근 그의 언행에서 감지되는 ‘피로 현상’들이다. 그는 지난 18일 LPGA투어 JTBC파운더스컵 2라운드에서 1타 차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신 뒤 “열심히 해야 하는 동기를 찾기 힘들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적·육체적 에너지를 모두 써버린 뒤 나타나는 일종의 ‘번아웃(burn-out) 증후군’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인비는 지난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생애 통산 4대 메이저 우승) 달성과 명예의 전당 헌액 후보 자격 완성 등 프로골퍼로서 꿈꿀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뤄냈다.
기술적으로도 감을 되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핵무기’급인 퍼팅이 무뎌졌다. 정상적으로 공을 그린에 올려놨을 때의 홀당 평균 퍼팅 수(GIR)가 1.77회로 33위다. 라운드당 평균 퍼팅(29.82)은 더 떨어져 60위에 머물러 있다.
오는 27일 개막하는 KIA클래식은 ‘여제의 지위’를 확인할 중요한 시험대다. 시즌 초반 부진이 의례적인 ‘예열 기간’이었을지, 아니면 최악의 슬럼프로 향하는 내리막 계단이었을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박인비는 유독 국내 대회와 국내 기업 후원 대회는 한 번도 제패하지 못한 징크스가 있다. KIA클래식은 2010년 2위가 최고 성적. 이번 대회를 분위기 전환의 호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한국 ‘5년 무승(無勝)’ 징크스 깰까
KIA클래식은 2010년 첫 대회에서 서희경(30)이 초대 챔피언에 오른 뒤 지금까지 두 번째 한국 챔프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대회는 산드라 갈(2011), 청야니(2012), 베아트리스 레카리(2013), 안나 노르드크비스트(2014), 크리스티 커(2015) 등 외국인 강자들의 텃밭이 됐다. 지난해 한국(계) 선수들이 초반부터 이어가던 6개 대회 연속 우승 행진이 멈춘 것도 이 대회에서였다.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JTBC파운더스컵 챔피언 김세영(23·미래에셋)이다. LPGA 최다 언더파 타이기록(27언더파)으로 우승한 기세를 이어갈지가 관건이다. 김세영은 올해 가장 먼저 2승 고지에 오른 장하나(24·비씨카드)와 강력한 라이벌 구도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LPGA에 데뷔하자마자 준수한 성적을 거둔 ‘토종 장타자’ 박성현(23·넵스)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LPGA 초청선수로 처음 출전한 파운더스컵에서 공동 13위에 오른 뒤 “갤러리들의 무관심 속에 샷하는 게 재밌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