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오전 7시 부산 감만부두. 16만7800t급 초대형 크루즈선인 퀀텀 오브 더 시즈호가 외국인 관광객과 승무원 6399명을 태우고 입항했다. 이들을 태우고 부산 시내로 이동할 관광버스 100여대가 부두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관광객의 90%가량이 중국인이었다. 관광객들은 해운대, 누리마루, 태종대, 해동용궁사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본 뒤 곧장 서면 롯데 면세점과 백화점으로 향했다. 구입한 상품을 여행 가방에 잔뜩 채운 이들은 저녁 식사를 한 뒤 오후 9시께 중국 상하이로 돌아갔다. 부산시 관계자는 “국내 항구를 거쳐간 외국인 관광객은 1인 평균 1068달러(약 127만원)를 쓰고 간다”며 “초대형 크루즈선이 5000여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오면 약 64억원을 쓰고 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11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입항한 7만2000t급 크루즈선 스카이 시 골든 에라호. 연합뉴스
지난 1월11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입항한 7만2000t급 크루즈선 스카이 시 골든 에라호. 연합뉴스
◆부산 입항 크루즈 늘어나

서울과 제주 ‘양강 구도’로 이뤄진 한국 관광 시장에서 부산이 3대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아시아권 크루즈 여행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뛰어난 자연 경관과 쇼핑 시설, 일본 후쿠오카와 중국 상하이를 잇는 지리적 이점, 국제여객터미널 개장 등이 맞물려 부산이 크루즈 관광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크루즈선 몰려오는 부산항…1년 새 입항예약 3배 늘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크루즈 여행 비수기인 지난 1~2월 총 10척의 크루즈선이 부산을 찾았다. 부산 입항 크루즈선은 2013년에는 1척도 없었고, 2014년엔 5척, 지난해엔 1척에 불과했다.

3월 이후에도 외국 크루즈선의 부산 방문은 줄을 이어 연말까지 총 238회 예정돼 있다. 지난해(71회)에 비해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국내에서는 제주(554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중국 크루즈 시장이 연평균 34% 이상 성장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 부산을 찾는 크루즈 관광객은 7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쇼핑·자연 함께 즐길 수 있어”

9~11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관광과 쇼핑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이 부산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심정보 부산관광공사 사장은 “관광객의 관광 패턴을 살펴보면 서울에서는 쇼핑, 제주도에서는 자연 경관을 즐긴다”며 “부산은 이 둘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도시”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쇼핑몰인 신세계 센텀시티몰, 서면 롯데면세점과 센텀시티 신세계면세점 등 면세점 2곳, 기장군 롯데몰 동부산점과 신세계 사이먼 프리미엄 아울렛 등 아울렛 2곳이 관광지 인근에 분포해 있다. 부산시가 지난달 5일과 18일 부산항에 입항한 퀀텀호 승선객의 관광 일정을 따라다니며 조사한 결과 중국인 관광객 대다수가 관광지 2곳, 쇼핑센터 2곳을 평균적으로 방문하고, 쇼핑에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오카와 상하이를 잇는 지리적 이점과 크루즈선 접항이 가능한 항구가 3곳이나 된다는 것도 강점이다. 감만부두와 영도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이어 북항 국제여객터미널이 지난해 8월 개장했다.

◆중국 크루즈 유치가 관건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 등은 크루즈 관광객 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영도 국제크루즈터미널 부두 확장, 시내면세점 1곳 추가 설치, 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크루즈 관광 이용자의 80%가 중국인 관광객인 만큼 관광통역안내사를 양성하고, 중국인 관광객 유치 전담 인바운드여행사 4곳을 선정해 집중 육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항(母港) 유치에도 나설 예정이다. 모항은 크루즈선이 중간에 들렀다 가는 곳이 아니라 출발지와 종착지로서 승객이 타고 내리는 항구를 말한다. 승객들이 숙식을 하는 데다 선박에 필요한 각종 물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단순 기항(寄港)보다 세 배 정도 크다. 1월 국제여객터미널은 개장 이후 최초로 크루즈 모항을 유치했다. 부산항 전체에서도 2년여 만이다. 오는 5~6월에는 7만5000t급 코스타 빅토리아호가 4차례 부산을 모항으로 동북아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