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퍼터로 바꾼 키건 브래들리가 11일 발스파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버디 퍼팅을 시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짧은 퍼터로 바꾼 키건 브래들리가 11일 발스파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버디 퍼팅을 시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키건 브래들리(미국)는 2011년 롱 퍼터 사용자로는 처음 메이저대회(PGA챔피언십)를 제패해 화제를 모았다. 갓 데뷔한 루키가 퍼터 끝을 몸에 대는 ‘앵커링’ 퍼팅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리자 ‘반칙 논란’이 솔솔 불거졌다.

이듬해 그가 다시 2승을 추가하고, 같은 방식의 퍼팅을 하던 웹 심슨(미국)과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US오픈과 디오픈(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하자 반칙 논란은 ‘금지 논의’로 급물살을 탔다.

당시 브래들리는 “롱퍼터 사용자의 등에 주홍글씨를 박는 박해다. 불공평한 규정을 신설한다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퍼터 길이를 46인치에서 36인치로 조금씩 줄이며 규정 변화에 대응했다. 그는 입버릇처럼 “장비 덕이 아니라 퍼팅 실력으로 메이저대회를 제패했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이겠다”고 말해왔다. 브래들리가 이를 실현할 호기를 잡았다.

◆브래들리 “멘탈 특훈 효과 톡톡”

브래들리는 1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하버의 이니스브룩GC(파71·7340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발스파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4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선두에 올랐다. 강풍 속에서도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5개를 잡았다. 켄 듀크, 찰스 하월 3세도 브래들리와 같은 4언더파를 쳤다.

브래들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면 최근 2주 연속 우승컵을 품에 안은 애덤 스콧(호주)에 이어 3주 연속 ‘퍼터 전향자’의 챔피언 등극이라는 이색 기록을 세우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4년여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다. 브래들리는 2012년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 이후 우승 소식을 알리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여덟 번 대회에 나서 다섯 번 예선 탈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브래들리는 올 시즌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의 스윙 코치 대런 메이(미국)로부터 ‘멘탈 특훈’을 받은 게 서서히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샷마다 반복적으로 주문을 걸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는 흥미로운 방식”이라며 “이런 훈련이 성적으로 연결됐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동병상련’의 처지를 극복하고 2주 연속 우승컵을 안은 스콧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했다.

스콧 역시 2013년 롱퍼터로 마스터스를 제패하는 등 승승장구하다 짧은 퍼터로 바꾼 뒤 긴 침체기를 겪었다. 브래들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스콧이 짧은 퍼터로 우승한 게 동기부여가 됐다. 스콧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고개 숙인 스피스

조던 스피스가 11일(한국시간) 열린 PGA 투어 발스파챔피언십 1라운드 11번홀에서 나무 뒤에 떨어진 공을 페어웨이로 쳐내고 있다. AP연합뉴스
조던 스피스가 11일(한국시간) 열린 PGA 투어 발스파챔피언십 1라운드 11번홀에서 나무 뒤에 떨어진 공을 페어웨이로 쳐내고 있다. AP연합뉴스
디펜딩 챔피언 조던 스피스(미국)는 부진으로 또 고개를 떨궜다. 버디는 1개밖에 못 잡아낸 반면 보기는 6개나 쏟아냈다. 5오버파 76타를 친 스피스는 공동 117위로 처졌다. 2라운드에서 타수를 대폭 줄이지 못하면 또다시 예선 탈락할 처지다. 올 시즌 6개 대회에 출전한 스피스는 지난달 노던트러스트오픈에서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피스는 이날 바람을 통제하는 ‘컨트롤 샷’에 실패했다. 드라이버와 아이언의 방향성이 흐트러졌다. 페어웨이 안착률(53.8%)과 그린 적중률(33.3%)이 모두 아마추어 수준에 그쳤다. 스피스는 “열심히 연습해 본선에는 꼭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계) 선수 중에는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25)가 1언더파 공동 8위에 올라 기분 좋게 출발했다. 2주간 휴식을 취하고 나온 최경주(46·SK텔레콤)는 보기 3개를 내주며 3오버파 공동 83위로 부진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