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좁은 문' 되나
적자를 내는 등 실적이 좋지 않아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는 중소·벤처기업이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거래소가 다음달부터 ‘코스닥시장 기술특례 상장절차’를 강화해 지금보다 기술력 평가를 깐깐하게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다음달부터 기술특례 대상 기업의 기술력 평가를 진행하는 기관을 기술보증기금 나이스평가정보 한국기업데이터 이크레더블 등 4곳에서 9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기술평가기관으로 새로 추가되는 곳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다. 전문성이 있는 기관을 보강해 기술평가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실적 등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에 외부 검증기관의 심사를 거쳐 상장 기회를 주기 위해 2005년 도입됐다. 주로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많이 하는 바이오·헬스케어 업체가 대상이다. 제도 도입 이후 2014년까지 10년 동안 바이로메드 등 15개 기업이 기술특례로 상장했다.

거래소가 작년 4월 △기술평가기관 수 대폭 축소 △기술평가 절차 단순화 △평가기간 단축 등 특례 절차를 완화해 연말까지 추가로 12개 기업이 코스닥에 입성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술특례 절차를 크게 간소화한 한국거래소는 평가기관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다음달부터 절차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은 기업이 기술평가기관 4곳 중 2곳을 선정할 수 있지만 다음달부터는 기존 평가기관 4곳과 신규 5곳 중 1곳씩 선정해 기술평가를 받아야 한다. 기업이 평가기관 1곳에 내는 평가 수수료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인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거래소의 일관성 없는 기준 변경으로 기술특례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부담이 커졌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상장 문턱을 낮춘 지 1년도 안 돼 다시 높이면서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기술특례 제도를 완화한 이후 평가기관 전문성에 대한 시비가 있었고 일부 평가기관에 기술평가 신청이 몰리는 등 문제점이 나타나 관련 제도를 보완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