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 박철순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OB 베어스에서 당시 최고인 24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2016년 프로야구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김태균(한화 이글스)은 16억원을 받는다. 35년 만에 시즌 최고 연봉은 67배나 올랐다. 프로야구 선수 연봉은 매년 치솟아 올해 처음으로 평균 2억원 시대를 열었다.
한화, 삼성 제치고 1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11일 발표한 ‘2016년 KBO 소속 선수 등록 인원 및 연봉 자료’에 따르면 10개 구단 상위 27명(외국인 제외)의 평균 연봉은 2억1620만원이다. 27명은 1군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인원이다.

지난해 구단별 상위 27명의 평균 연봉은 1억9325만원이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2295만원(약 11.9%) 올랐다. 2군 없이 1군리그로만 운영하던 프로야구 원년의 구단 평균 연봉은 1215만원이었다. 프로야구 출범 35년째, 1군 선수 기준 연봉 규모는 18배로 늘어났다.

겨울 자유계약(FA) 시장에서 돈 보따리를 풀어헤친 한화가 3억3241만원으로 작년 1위였던 ‘부자구단’ 삼성 라이온즈를 제치고 가장 높은 평균 연봉을 기록했다. 삼성과 롯데 자이언츠가 각각 2억7222만원, 2억3585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연봉 1억원을 돌파한 선수는 1985년 장명부(삼미 슈퍼스타즈, 1억484만원)였다. 당시만 해도 ‘꿈의 연봉’이었지만 이제 프로야구에서 연봉 1억원은 명함도 못 내민다. 2016년 신인과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526명의 전체 연봉 총액은 665억6800만원, 평균 연봉이 1억2656만원이다. 지난해 평균(1억1247만원)보다 1409만원 올랐다. 526명 중 148명(28%)이 연봉 1억원 이상을 받는다.

10억원 이상 받는 선수도 김태균에 이어 윤석민(KIA 타이거즈, 12억5000만원), 정우람(한화, 12억원), 삼성 이승엽·두산 베어스 장원준·SK 와이번스 최정·롯데 강민호(10억원) 등 7명이나 된다.

심해지는 ‘빈익빈 부익부’

김태균은 프로야구뿐 아니라 축구 농구 배구 등 국내 4대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5년 연속 ‘연봉킹’ 자리를 유지했다. 프로야구와 함께 국내 프로스포츠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프로축구에서는 전북 현대의 스트라이커 이동국(11억1256만원)이 최고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이동국의 연봉은 프로야구 올해 연봉 2위인 윤석민의 12억5000만원, 3위인 정우람의 12억원에도 못 미친다.

프로농구에서는 지난해 울산 모비스를 떠나 삼성 썬더스와 FA 계약한 문태영이 인센티브를 포함해 8억3000만원으로 가장 많이 받는다. 프로배구에서는 여오현(현대캐피탈)이 올 시즌 3억2000만원으로 2년 연속 연봉킹에 올랐다.

프로야구는 이제 5년 연속 최고 연봉액 선수를 배출할 정도로 다른 종목의 부러움을 사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양극화의 그림자도 짙다. 연봉이 낮은 선수들에게 이런 ‘돈 잔치’는 남의 일이다. 526명 중 절반이 넘는 270명이 올해 5000만원 미만을 받는다.

한국프로야구는 1, 2군을 가리지 않고 최저 연봉을 2700만원으로 정했다. 최저 연봉은 1982년 600만원에서 35년 동안 고작 4.5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고 연봉이 67배나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최고-최저 연봉 격차 역시 1982년 4배에서 올해 59.2배로 커졌다. 가파르게 오른 스타급 선수들의 연봉에 비해 대다수 선수의 연봉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고액 연봉자는 개인 스폰서십을 통해 배트, 글러브 등을 제공받지만 무명 선수는 장비값 중 상당 부분을 자신이 지출해야 하는 현실적 고통도 있다.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실력이 돈을 낳고, 격차는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연봉 선수의 ‘생계’를 걱정하는 야구인들은 KBO에 최저 연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